지정조격 권1∼12, 23∼34(표지). 문화재청
경주 양동마을 손씨 문중에 전해져 내려오는 원(元)나라 법전인 ‘지정조격 권1∼12, 23∼34’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4∼5’(범어사본)는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삼국유사 권4∼5’를 국보로, 원(元)나라 법전인 ‘지정조격 권1∼12, 23∼34’와 조선 후기 건축 그림인 ‘장용영 본영도형 일괄’을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지정조격 권1∼12, 23∼34는 경주 양동마을의 경주 손씨 문중에 전해져 온 유물이다. 학계에서는 조선 초기에 경주 손씨 선조들이 외교 문서를 담당한 관청인 승문원(承文院)에 근무하며 이 자료를 접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정조격(至正條格)은 고려 말에 전해져 우리나라 법제사와 문화사에 많은 영향을 준 원나라 법전이다. 고려 말에 기본법제로 채택됐고, 이후 조선의 기본법전인 ‘경국대전’ 반포 이전까지는 중국의 법률과 외교, 문화 제도를 연구하는 데 참고서로 활용됐다. ‘지정’(至正)이란 이 법전이 편찬된 원나라 순제 때 쓰던 연호이며, ‘조격’(條格)은 법률 시행규칙이나 세칙을 가리킨다.

원나라는 1323년과 1346년 두 차례에 걸쳐 법전을 편찬했는데, 명나라 초기에 이미 원본을 찾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이후 2003년에서야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조사 연구진이 발견하며 그 존재가 처음 알려지게 됐다.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에 따라 우리나라 문화에 중요한 의의가 있는 회화, 조각, 공예품 등 외국 문화재는 국보나 보물로 지정할 수 있다.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4-5(표지). 문화재청
삼국유사 권4∼5는 부산 범어사 소장본으로 1907년께 범어사에 기증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국유사는 5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유물은 현재 권4∼5만 남아 있다.

삼국유사는 승려 일연(1206∼1289)이 고조선부터 후삼국 시대까지의 역사와 문화, 민속을 정리한 책으로, 1281년 편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 시대 판본은 발견되지 않았고, 1394년께 판각해 찍어낸 조선 초기 판본이 시기적으로 가장 이르다.

범어사 소장본은 1394년 판각한 목판으로 찍어낸 것으로, 동일 판본인 ‘삼국유사 권3∼5’(국보 제306호), ‘삼국유사 권1∼2’(국보 제306-3호)와 비교했을 때 시기가 가장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체, 규격, 행간 등이 이후 간행된 1512년 판본(국보 제306-2호)과 비슷해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문화재청은 “범어사 소장본은 기존 국보로 지정된 동일 판본에는 없는 제28∼30장이 수록돼 있고, 1512년 판본의 오탈자도 확인할 수 있어 역사·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 또 단군신화와 향찰로 쓴 향가 14수가 수록돼 있어 우리나라 고대 언어 연구에도 참고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용영 본영도형 일괄(壯勇營 本營圖形 一括)은 조선 시대 정조의 친위부대였던 장용영의 도성 안 본영(지휘본부)을 1799년(정조 23년)과 1801년(순조 1년)에 그린 건축화다. 채색화 1점과 평면도안의 일종인 간가도(間架圖) 2점으로 구성돼 있다. 도형(圖形)은 건축이나 지형을 그린 그림을 일컫는 조선 시대 용어다.

장용영 본영도형은 왕에게 장용영의 전반적인 현황과 관청의 증·개축 상황을 보고하기 위한 용도여서 정확한 축적의 평면도와 정교한 필치로 건축물을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조선 시대 건축화 중에서 대형 평면도와 채색건물도가 함께 있는 가장 오래된 사례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예고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 및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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