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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의 촌철살인] 견제와 균형, 민주당의 아량을 기대한다
[이재영의 촌철살인] 견제와 균형, 민주당의 아량을 기대한다
  •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 승인 2020년 06월 29일 17시 05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6월 30일 화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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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헌법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견제와 균형(이하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다. 입법부는 입법권, 감사원, 예산·결산권으로 행정부와 사법부 둘 다와 균형을 이룬다. 입법부의 독재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을 부여한다. 대법원은 명령, 규칙, 처분에 대한 위헌심사권으로 행정부와 균형을 이룬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및 위헌법률심판권으로 입법부, 권한쟁의심판권으로 행정부와 균형을 이룬다. 문제는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입법부의 균형이 국민의 선택으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여야가 비슷한 의석을 가지면,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균형은 야당이 담당한다. 여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가지면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견제가 불가능해지며, 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가지면 행정부와 사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국회는 민주당 176석 통합당 103석 군소정당 21석 등 300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구성(院構成)에서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법사위원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초기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6월 5일 민주당과 친여 정당 소속 의원 193명이 박병석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6월 15일 같은 방법으로 187명이 민주당 의원 6명을 상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통합당은 18개 상임위원장 포기라는 배수진을 치고, 후반기나 순번제 법사위원장을 요구했다. ‘체계·자구심사권’을 가진 법사위를 4년 동안 내주면 절대다수를 확보한 민주당과 균형을 이룰 여지가 없다는 이유다. 민주당은 책임정치를 내세워, 차기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맡자고 했다. 협상은 불발되었으며,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전석 확보를 향한 길을 걷고 있다.

민주당은 절대다수인 176석, 우호 정당과 연합하면 187석으로 전체의석의 3/5을 뛰어넘는다. 어차피 균형은 깨졌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4년 동안 유지하면, 민주당 발 법안처리는 일사천리다. 통합당의 균형 수단은 각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원회가 만장일치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던 관례뿐이다. 이러한 관례는 국회법에 따라 다수결로 환원해 버리면 그만이다. 여기서 2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4·15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49.9% 유권자의 의사는 신속하게 반영되지만, 통합당과 군소정당을 지지한 50.1% 유권자의 의사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하는 현상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한 몸이고, 행정부와 균형을 이룰 야당 국회의원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당의 목적은 권력획득과 유지다. 정당은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법제화시키며, 이러한 업적을 기반으로 국민이 부여하는 권력을 위임받아 행사한다. 따라서 견제와 균형의 파괴에 대한 제1차적 책임은 통합당에 있다. 4·15 총선에서 300석 중 103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는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받들지 못해서 생긴 결과이기 때문이다. 제2차적 책임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한 모든 정당에 있다. 지역구에서 단 1명의 당선자만 배출되기 때문에 나머지 후보자를 선택한 표는 사장된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서 49.9%를 득표한 민주당이 163석, 41.5%를 획득한 통합당이 84석을 얻었다. 득표와 의석 간 불비례성이 심각하다. 제3차적 책임은 정의당에 있다. 위성정당의 여지를 남긴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으로 민심을 교란했기 때문이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유지수단이다. 어느 한 정당이나 국가 기관이 과도한 권력을 보유하면, 권력 남용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통합당은 균형능력을 상실했다. 권력을 위임한 이상, 국민이 끼어들 여지도 협소하다. 민주당의 아량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국회가 가진 입법권, 예·결산권, 감사권을 행사할 때, 민주당의 계획대로만 밀어붙이지 말고 통합당과 기타 군소정당의 의사를 반영하면 좋겠다. 4·15총선에서 민주당 이외 정당을 지지한 국민 50.1%를 뭉개지 않는 배려이다. 특히 행정부와 관계에서 정부와 여당이라는 일체화에 몰입되지 말고 타당의 주장을 반영하여 행정부를 견제해 주기 바란다. 견제와 균형을 민주당의 아량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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