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급진적인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온갖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지역이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이다. 정부가 억지로 월성1호기를 멈춰 세운 데 이어서 경주지역 원전 모두가 멈춰서야 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최근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가 파행을 맞았다.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탈핵을 주장하는 진영이 빠졌다는 이유로 위원장이 돌연 사퇴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위원장의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투쟁력을 앞세운 탈핵 단체가 위원회에 들어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 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탈핵 단체는 ‘원자력발전’이란 용어 대신 ‘핵발전’이라 부르는 격렬 원전 반대 단체인데 이들이 빠졌다고 주민 의사 결정 절차의 진행을 중단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포화상태에 이른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를 이런 논란으로 차일피일 미루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고의 지연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월성원전 1호기 가동 중단과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도 차일피일 반년이 넘도록 발표를 미루고 있다. 경주 월성지역에는 국내 운영 중인 원자로 24기 가운데 5기가 가동 중이다. 한수원과 협력사 직원 3000여 명이 상주하고, 지난해 기준 발전량 278억kWh로 경북·대구 전체 전력 소비량의 46%를 생산한다.

오는 2022년 3월 포화를 앞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은 더 이상 미뤄서 안 되는 문제다. 월성원전의 올 3월 기준 기존 저장시설 포화도가 95.4%다. 공사 기간을 감안 하면 8월까지 해결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하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게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설명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 산하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이미 두 차례 연기한 주민 설명회를 지난 12일 다시 열기로 했지만, 맥스터 증설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의 요구로 무산됐다. 재검토위는 지난해 15명으로 출범했지만 그해 12월 4명이 사퇴 의사를 밝혔고 지금은 11명이 활동하고 있다. 산업부는 나머지 재검토위 위원 가운데 호선을 통해 새 위원장 선출을 서두르고 공론화 논의를 매듭지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가 마련한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마저 내팽개쳤다. 산업부는 선량한 주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맥스터 건설 지연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 산업부는 맥스터 건설 문제 뿐 아니라 영구처분시설 건립 등 중장기 사용후핵연료 관리 계획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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