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섭 청구도시락·(주)청구푸드시스템 대표가 식자재를 살펴보고 있다. 박영제 기자
5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으로 국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만1000명 감소한 1만8309명으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나타났다. 대구 사업체의 노동력은 2만6000명이 줄었고, 경북은 2만5000명이 감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대구의 5월 고용률은 55.9%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p, 경북은 61.2%로 0.8%p 하락했다. 실업률은 대구 4.5%로 작년보다 0.2%p, 경북은 5.1%로 1.0%p 상승했다. 7월을 앞두고도 여전히 숙지지 않는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결과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91년 설립한 청구도시락·(주)청구푸드시스템은 창업 30년 차를 맞는 올해 2월 18일 대구에 31번째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다. 청구푸드시스템이 운영하는 대구의 한 종합병원 내 푸드코트와 장례식장 식당은 매월 6000만 원과 2500만 원의 적자를 본다. 손님이 찾지 않아도 만만치 않은 인건비와 비싼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 해서다. 권오섭 대표는 “평상시 대비 매출이 10분의 1 정도로 바닥을 치고 있다”면서 “각종 집회와 행사가 취소되니 그야말로 손가락만 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때도 감원이나 월급 삭감 없이 버텼는데, 이번에는 심각하다” 라면서도 “생사고락을 함께한 직원들의 잘못이 아니기에 월급 삭감이나 인력 감축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역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도시락 생산 라인이 멈춰선 대구의 향토 식품업체 대표의 이런 선택에 응원을 보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나부터라도 손쉽게 인력을 줄이는 게 급선무인데, 쉽지 않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문 도시락 제조와 단체급식, 식자재 납품 등을 주로 하는 업체인 청구도시락·(주)청구푸드시스템은 국내 도시락 전문제조업체 가운데 최초로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해썹)을 받는 등 30년 동안 식품업체를 운영하면서 단 한 번의 식중독 사고를 내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위생관리로 유명하다고 한다.

권오섭 대표의 남다른 봉사 정신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인력 감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2010년 국제라이온스협회 대구지구 최연소 총재를 맡아 캄보디아 오지마을 따께오주의 마을에 우물 100개를 만들어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봉사활동을 한 공로로 훈센 총리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은 데 이어 2015년 자랑스러운 대구시민상, 2009년 자랑스러운 남구구민상 등을 수상한 이력만 봐도 그렇다.

권 대표는 “22~23년 전에 이미 학교급식센터를 만들거나 편의점 도시락 납품 등 남들보다 다른 시도를 해왔기에 지금 조금 어렵더라도 직원과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입맛이 까다롭고 유별난 대구에서 인정을 받으면 전국에서도 통한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는데, 대구시민의 사랑을 이번 사태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면서 “더 열심히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지역민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하루 4시간씩 자면서 발로 뛴 결과 코로나19 사태에도 무너지지 않는 식품업체를 영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노인요양병원을 포함한 실버타운을 조성해 지역에 봉사하고자 한다”며 “청송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을 거쳐 대구에서 식품업계에 뛰어들었던 그 정신으로 다시 봉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