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은 무사…식물 연구 자료 절반 소실
특히 연구실에 보관했던 수십 년 간 축적된 식물 연구 자료의 절반 가량은 소실됐다고 30일 만난 식물원 운영실장은 설명했다.
지은 지 오래된 건물 단열을 위해 지붕에 설치한 샌드위치 패널과 왕겨에 불이 붙어 진화 작업이 쉽지 않았고, 재발화 및 잔불 정리 등에도 애를 먹었다고 했다.특이한 화재 케이스여서 국과수 및 중앙 소방청에도 보고돼 화재 감식에 시간이 더 소요돼 당초 1일부터 자원봉사자 모집 등을 통해 본격 시작하려던 피해 복구는 지연이 불가피하다. 건물 재건에는 상당한 경비가 소요될 전망이라고도 했다.
식물원은 예전에는 하루에 300~500명가량 각급 학생 등 탐방객이 찾았지만, 코로나19 이후 단체 방문은 뚝 끊겼고, 현재도 주말 최대 100명에 머무른다고 했다. 10명가량의 직원 인건비와 운영 비용 마련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이어 만난 이삼우 기청산식물원장(79)은 “다행히 우리나라 전체 나무 수종의 절반에 이르는 2700여 종 식물원 나무와 숲은 모두 무사하다”며 “소나무처럼 불이 잘 붙는 나무가 아닌 불이 번지지 않고 오히려 끄는 다양한 수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무는 공기와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기능을 가져 건강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며 “이를 가꾸고 연구·개발하는 식물원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숲(나무)·물·공기가 아름다운 생태계를 가진 지구의 3요소이며 나무는 물의 정수, 공기 정화 등을 하고 오염을 막아 그 가치는 막대하다는 것. 천명으로 여기며 기청산농원(1969년 설립)을 시작으로 50여 년 나무를 가꿨지만, 경영 상황은 녹록치않다고 했다. 자신이 소유한 5만 평의 땅 중 그간 3만 평을 팔아 적자 운영을 해왔고, 최근 수년간은 탐방객이 지속 감소했고, 코로나19로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식물의 연구는 물론 식물 전문가 육성, 나무 분양 등도 하는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충분한 인력 지원 및 대금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독지가나 기업 후원(기부)도 초창기 이후 없는 가운데 재단법인으로 매입해 영속성 있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도 한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이삼우 원장은 “식물원은 교육의 기능 및 힐링(치유) 공간으로 코로나19로 화두가 된 ‘힐링 관광’, ‘거리 두기 관광’을 할 수 있는 곳이다”라며 “산림청이 사설 식물원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장기 저리의 대출을 지원하고, 만일 갚지 못하면 국영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식물원들을 키울 지혜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