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은 무사…식물 연구 자료 절반 소실

30일 오전 포항 청하면 기청산식물원의 건물이 최근 화재로 인해 폴리스라인이 쳐저 있다. 손석호 기자
지난 27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포항시 북구 청하면 소재 기청산식물원의 연구실 및 사무동, 카페가 불에 탔다.

특히 연구실에 보관했던 수십 년 간 축적된 식물 연구 자료의 절반 가량은 소실됐다고 30일 만난 식물원 운영실장은 설명했다.

지은 지 오래된 건물 단열을 위해 지붕에 설치한 샌드위치 패널과 왕겨에 불이 붙어 진화 작업이 쉽지 않았고, 재발화 및 잔불 정리 등에도 애를 먹었다고 했다.
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이 최근 건물 화재에서 살아 남은 포항 청하면 기청산식물원 자료실에 보관중인 서적 등을 정리하고 있다. 기청산식물원 제공
특이한 화재 케이스여서 국과수 및 중앙 소방청에도 보고돼 화재 감식에 시간이 더 소요돼 당초 1일부터 자원봉사자 모집 등을 통해 본격 시작하려던 피해 복구는 지연이 불가피하다. 건물 재건에는 상당한 경비가 소요될 전망이라고도 했다.

식물원은 예전에는 하루에 300~500명가량 각급 학생 등 탐방객이 찾았지만, 코로나19 이후 단체 방문은 뚝 끊겼고, 현재도 주말 최대 100명에 머무른다고 했다. 10명가량의 직원 인건비와 운영 비용 마련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30일 이삼우 기청산 식물원장이 식물원의 수국 등 나무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석호 기자
이어 만난 이삼우 기청산식물원장(79)은 “다행히 우리나라 전체 나무 수종의 절반에 이르는 2700여 종 식물원 나무와 숲은 모두 무사하다”며 “소나무처럼 불이 잘 붙는 나무가 아닌 불이 번지지 않고 오히려 끄는 다양한 수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무는 공기와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기능을 가져 건강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며 “이를 가꾸고 연구·개발하는 식물원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숲(나무)·물·공기가 아름다운 생태계를 가진 지구의 3요소이며 나무는 물의 정수, 공기 정화 등을 하고 오염을 막아 그 가치는 막대하다는 것. 천명으로 여기며 기청산농원(1969년 설립)을 시작으로 50여 년 나무를 가꿨지만, 경영 상황은 녹록치않다고 했다. 자신이 소유한 5만 평의 땅 중 그간 3만 평을 팔아 적자 운영을 해왔고, 최근 수년간은 탐방객이 지속 감소했고, 코로나19로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식물의 연구는 물론 식물 전문가 육성, 나무 분양 등도 하는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충분한 인력 지원 및 대금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독지가나 기업 후원(기부)도 초창기 이후 없는 가운데 재단법인으로 매입해 영속성 있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도 한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이삼우 원장은 “식물원은 교육의 기능 및 힐링(치유) 공간으로 코로나19로 화두가 된 ‘힐링 관광’, ‘거리 두기 관광’을 할 수 있는 곳이다”라며 “산림청이 사설 식물원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장기 저리의 대출을 지원하고, 만일 갚지 못하면 국영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식물원들을 키울 지혜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