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의회

비례대표 임기 나눠 먹기 편법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당시 공천권을 행사한 전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고령·성주·칠곡군 지역구 가운데 고령·성주군의회 비례대표 임기를 두고, 당시 이완영 국회의원이 전·후반기를 나눠 각 2년의 임기를 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오전 고령군의회를 방문한 이 전 의원은 A군의원에게 남은 후반기 임기를 B씨에게 약속대로 물려 줄 것을 종용했고, A의원은 “잔여 임기를 채우겠다”며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의원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곳을 나간다”고 말했다고 당시 참석인사가 전했다. 이날 군의원 모두가 함께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을 전해 들은 두 지역 정치권 일각의 반응은 “이 의원이 나타나서 현 비례의원에게 잔여 임기를 2번 인사에게 물려 줄 것을 종용한 것은 자신이 임기 나눠 먹기 원인 제공자임을 스스로 자임한 것”이라면서 굳이 의회까지 찾아 당사자들을 대면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갖은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8년 제7대 고령·성주군의회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1번과 2번의 기호를 부여해 1번 비례대표가 전반기 2년을, 2번 비례대표가 후반기 2년의 임기를 나누어 갖기로 약속했다는 것이 불거지면서 미래통합당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들은 서로 간의 약속 이행을 위한 각서까지 보관했으며, 이 같은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고령군의회와 성주군의회 비례 2번을 받았다는 인사들이 “임기 2년이 지났으니, 남은 2년의 임기를 약속대로 돌려 달라”는 취지의 1인 시위를 이어갔으며, 급기야는 지난 29일 오전 고령군과 성주군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임기 승계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며 현 비례의원의 사퇴를 주장했고, 당사자들인 고령·성주군의회 비례대표 현역의원들은 본지를 통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다수 지역민은 “지역 정치권의 현주소를 재차 확인하는 순간이다. 던질 곳 없는 표심이 선택한 자유한국당의 오만한 공천권 행사가 미래통합당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한 전 국회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게 일고 있다.

이어 “군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권리를 마치 (유급제도를 의식한)월급 나눠 먹기 행태로 비치는 것은 군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며, 당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군민 의사에 반하는 ‘갈라 먹기 임기’는 매관매직의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고 입 모아 성토했다.

권오항 기자
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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