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도심 있는 대구시 문화제 ‘성모당’동편에 ‘오늘 나, 내일 너’ 성직자묘역은 백 년이 넘은 숲속 대한민국의 성지다. 상큼한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이면 성모당 고개가 초록 고개로 변신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전당이 된다. 내 고향 상주 출신 가수 도미의 ‘청포도 사랑’ 노래가 귓전을 울리니 어릴 때 우물가에서 포도 따먹던 때가 그립다. ‘파랑새 노래하는 청포도 넝쿨 아래로…’ 앵두나무와 청포도가 있는 두레박 우물 근대화 시절 집 마당에 있었다.

꽃과 풀 향기 흙냄새 풍기는 우물가 앵두나무에 걸친 청포도 넝쿨은 자연 그늘로 시원하다. 앵두 따먹고 두레박에 뜬 우물 먹고 푸른 하늘 처다 본다, 청포도 물고 우물 마시면 천연사이다 저리 가라다. 시원하고 톡 쏜다. 정신이 번쩍 드는 진짜 자연 속에 살았다 땅바닥의 물도 눈도 먹었던 어린 시절이 좋았다. 되돌아가고 싶지만 늦었다. 추억으로 소중히 간직하며 생각나면 꺼낸다.

도시마다 경쟁적으로 유치한 공단천국! 도로에는 자동차 행렬로 매연 미세먼지 심각하다. 자연훼손과 환경파괴로 물도 사 먹는 시대 불결하고 먼지투성이 환경이 인류의 적 코로나19를 붙들고 있다. 바이러스가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퍼트려 실시간 사망자수를 늘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고 사망자도 50만 명으로 엄청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다. 코로나19와 온 나라와 3차 세계대전 중이다. 봉이 김선달 ‘대동강 물 팔아먹었다’는 그 옛날 시대 살아갈수록 그립다.

국민의 사랑받는 보릿고개 유행가 배는 고프지만 정겨운 자연이 기운을 준다. 춘삼월은 식량이 떨어져 배고픈 시절 보릿고개다. 대나무 소쿠리에 식은 깡 보리밥과 된장이 한 끼다. 나물에 말아 고추 찍어 먹으면 식사 끝이다. 덤으로 막걸리나 물 한 바가지 마시면 배가 부르다. 내 고향 상주에서는 왕산,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는 앞산, 서울에서는 남산만큼 먹었다고 트림한다.

공자님 가라사대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베개를 하고 하늘을 보니 천하가 내 손 안에 있어 즐겁다’ 했다. 자연에 묻혀 사니 굶어도 배는 부르다. 물질만능 인공전자 덩어리 로버트시대는 모든 것을 가져도 기계적이고 삭막해 허전하다. 육신의 배는 차지만 마음의 안정과 낭만이 고프다.

삼월 보릿고개 가난했지만 인심은 부자다. 칠월 초록고개 덥지만 풍요하다. 온갖 생물이 천고마비 가을 결실을 위해 경쟁적으로 달린다. 사람들의 푸짐한 먹거리가 자라는 파랑새가 울고 청포도가 익어가는 초록의 계절 7월이 풍년을 가름한다.

마스크 끼고 사회적 거리두고 코로나시대 살아가는 남녀노소 형제자매님 더위와 코로나 이중고통을 보릿고개 넘듯이 파~란 초록고개도 사뿐히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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