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대학, ‘시민의 마음과 제3의 공간’ 주제 강연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1일 대구메트로아트센터에서 진행된 2.28대학 강사로 나서 ‘시민의 마음과 제3의 공간’을 주제로 강연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마음의 습관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카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민주주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카페라는 공간에 주목했다.

전 교수는 1일 대구메트로아트센터에서 진행된 2·28대학 강사로 나서 ‘시민의 마음과 제3의 공간’을 주제로 강연했다.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한국의 카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카페 공화국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범람이라고 표현될 수 있지만 민주주의 마음을 넓히는 것과 연관해서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처칠의 발언으로 알려진 ‘인간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인간을 만든다’를 소개하며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갔다.

전쟁 중 영국 하원의사당이 폭격으로 파괴됐다. 이후 재건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간 구성이 논의됐지만 처칠은 직사각 형태를 고수했다. 처칠은 직사각 형태가 영국 양당제를 지키고 토론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공간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 구조에 따라 공간이 달라지고 의회정치의 형태가 공간을 통해 나타나는 등 공간이 가지는 상징성이 매우 높다. 공간이 침묵의 언어로 불리는 이유이며 어떻게 행동하도록 유도해 공간이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대사회가 만들어질 때 인간 역시 새롭게 교육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정착돼 갔다.

이 과정에서 공간이 근대적 인간을 만드는데 기여했으며 도시·건물 등이 새로운 타입의 인간을 만들어 나갔다.

강의는 민주주의에 대한 주제로 흘러갔다.

전 교수는 서구사회와 달리 한국의 민주주의가 아직 뿌리 내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서구의 민주주의에 비해 불안하고 위기에 즉면해 있는 것 같다는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속 가능하게 하는 요소를 고민하던 중 법·제도 등 구조를 바꾼다고 바로 실행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결국 시민들이 내제화 되지 않으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 민주주의를 만드는 습관,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마음으로 개인주의와 공화주의를 꼽았지만 두 요소 모두 한국 전통사회에서 찾기 힘든 개념이라고 강의를 이어갔다.

개인주의를 나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잘못된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의 자유·권리·자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기 결정·책임을 중시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부모·국가가 해주겠지’라는 의존적인 생각이 지배해 왔으며 개인주의는 서양의 지적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공화주의의 경우 공동체주의와 조금 다르며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명예·보람으로 생각하며 공화주의의 뿌리는 개인주의라고 규정했다.

서구사회는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명예로 생각하지만 동양사회에서는 없던 요소다.

남을 돕는 것이 자발적으로, 자존심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며 공화주의는 적과 내 편을 넘어 선 인류애적 발상에서 시작한다.

반면 우리 사회는 아군과 적군, 피아구별이 확실해 취약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지속성을 위해 전 교수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카페라는 공간에 주목하고 있다.

커피가 유럽으로 진출하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라는 공간이 생겼고 카페가 대학으로 불릴 정도였다. 카페는 계급이 필요 없는 대화의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학문, 창업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자본주의 등에 영향을 미쳤다.

전 교수는 “집과 직장이 아닌 제3의 공간을 대표하는 것이 카페”라며 “카페를 민주주의 마음을 키우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 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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