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의 유족이 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숙현이의 호소를 모두 외면했습니다. 경찰은 녹취록 같은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피고소인들이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야기만 반복했습니다." 

지난달 26일 부산시 동래구의 숙소에서 감독과 선배들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 최숙현씨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2일 경북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경찰과 스포츠인권센터 모두 딸을 외면했다"며 "변호사도 없이 혼자 싸우기가 너무 힘들다던 딸이 너무 가엽다"고 했다. 그러면서 "되돌아보니 후회되는 게 많지만, 숙현이 원한을 모두 갚아야 한다"고 절규했다. 

최영희씨는 "지난해 뉴질랜드 전지훈련 기간에 심리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30만 원을 받아간 팀닥터가 의사면허가 있는지도 들여다봐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며 "수사 과정이 너무 힘들어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을 넣어 가해자 징계를 요구했으나 묵살 당했고, 숙현이와 동료들이 2차 피해에 시달리는 동안 감독은 선수들에게 전화와 카카오톡을 보내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게 무슨 제대로 된 수사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진상조사에 나서야 할 경북체육회는 3차례나 만남을 요구하며 사건 무마를 시도했지만, 단칼에 잘랐다"면서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체육인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미래통합당 이용(비례) 의원이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처벌을 촉구했다.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의원은 1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그 누구도 고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고인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연합

2017년과 2019년에 경주시청 소속 철인3종경기 선수로 활동한 최 선수는 지난 2월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미성년자 시절이던 2016년과 2019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때 경주시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팀닥터, 선배 선수 2명을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최 선수는 감독과 팀닥터가 체중이 늘어났다는 이유를 들어 20만 원 정도의 빵을 자신과 팀원들에게 억지로 먹게 한 행위에서부터 복숭아 1개를 먹었거나 체중이 줄지 않는다는 이유로 20차례 이상 뺨을 때린 행위, 선배들의 상습 폭언과 폭행 등의 피해를 호소했다. 감독이 2015년부터 4차례에 걸쳐 전지훈련 참가를 위한 항공료 등의 명목으로 230~260만 원 정도를 별도로 받고, 해외시합 출전 때도 항공료 명목으로 매번 55만 원씩 받아 가로챘다는 주장도 했다. 최 선수의 지인들도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대한체육회 해체를 요구하는 청원도 나오고 있다. 

박찬영 경주경찰서장은 "유족에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가해자들이 혐의를 부인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수사한 결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말했다. 김응삼 경북체육회 체육진흥부장은 "대한체육회로 진정이 들어간 데다 검찰이 수사 중이어서 우리가 관여할 부분이 없었다"며 "최 선수의 부친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주경찰서는 5월 29일 감독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강요, 사기, 폭행 혐의를, 팀닥터와 선배 선수 2명에게 폭행 혐의를 각각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지검 경주지청은 5월 31일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주소지 관할인 대구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이영재 대구지검 공보관은 "가장 중요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안타깝고 당황스럽다"며 "증거를 기반으로 엄정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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