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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베짱이만 억울할까
[기고] 베짱이만 억울할까
  •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 승인 2020년 07월 05일 16시 0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06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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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에서 베짱이는 게으름의 상징이다.

개미는 여름철에 겨울을 대비해 열심히 일하는데 베짱이는 시원한 그늘에 앉아 노래나 부르고 있으니 그런 불명예가 붙여져도 할 말이 없는 듯하다.

어려울 때를 대비해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이 이 우화가 주는 교훈이다.

어린 시절 이 우화를 읽으면서 ‘베짱이는 왜 노래만 불렀을까?’하는 생각은 가져보지 못했고 무조건 개미의 근면함을 닮아야 한다고만 여겼다.

그런데 사실, 베짱이 입장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의 개미 사랑이 억울하기 짝이 없다.

개미가 닥쳐올 겨울을 대비해 열심히 일하는 만큼 베짱이에게도 여름철 노래 부르기는 매우 중요하다.

베짱이의 노래 부르기는 생존의 몸부림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죽는 베짱이들은 종족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 방법이 노래 부르기다.

암컷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 암컷들을 유혹해 자신의 후손을 번식시키려는 수컷들의 처절한 울부짖음이자 사랑의 세레나데이다.

이에 비해 성충으로 겨울나기를 하는 개미는 먹이가 부족한 계절에 대비해 여분의 식량을 저장하는 것이 개미의 생존 방식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면 베짱이 편을 들어줘도 조금도 문제될 것이 없다.

자기 나름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그를 게으름의 상징으로 낙인찍혀진 베짱이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할 것이다.

우리 교육의 현장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소한 다툼에서부터 학교폭력, 극단적 선택 등도 ‘다름과 틀림’, ‘차이와 차별’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 것이라 여겨진다.

특히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 투자가 이뤄져야 할 유아 교육, 다문화교육, 학교 밖 청소년교육에서도 베짱이와 같은 오해를 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다.

저출산 문제를 획기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영유아 보육을 포함한 유아교육, 매년 1만 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총 13만명을 초과했다는 다문화 학생을 중심으로 한 다문화교육, 2019년 기준 5만2539명의 학교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초중고교생이 이제 20여만 명에 육박한 학교 밖 청소년을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 및 지원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 맞는 눈높이로 참견이나 편견이 아닌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너그러울 땐 온 세상을 두루 받아들이가다도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는 것이 우리들 마음이라 하지 않던가. 내가 편하면 남이 불편한 법이다.

모두가 개미를 칭찬할 때 주위의 많은 베짱이에 대해서 조금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이처럼 베짱이가 당하는 억울함은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易地思之(역지사지)의 자세로 마음의 여유를 지니고 주변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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