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너처럼 내 날개를 갉아먹고 산다
내 날개가 퉁퉁한 북이고 내 날개가 찌릿한 악기이고
내 날개가 뼈저린 병이고 내 날개가 맥없는 약이다
갉아먹으면서도 네가 간절한 날개를 비벼 멀리
던지는 물수제비는 여름의 등골을 뜯으며 운다
갉아먹히면서도 내가 깨무는 비명은 웃음도 울음도
아닌 입꼬리 같은 시를 지어낸다

네 울음이 고되냐 내 입꼬리가 무거우냐
저울질해 보다가
너는 여름을 끝 간 데까지 울리고서 가 버리고
혼자 슬그머니 말아올렸다 내렸다 하고 마는 내 입꼬리

<감상> 내 몸을 쳐서 내는 소리가 시(詩)라면, 시인은 날개를 가진 매미다. 매미는 7년이나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진을 빨아 먹다가 성충이 되어 날개를 단다. 날개를 쳐 진동막을 진동시켜 물수제비뜨듯 큰 소리를 멀리 보낸다. 2-3주 동안 여름의 등골까지 빼먹은 매미 소리는 한 편의 시를 남기고 떠난다. 시인도 한 편의 명시를 남기기 위해 몸에 리듬을 부여하려다 병이 들기도 한다. 입꼬리에서 나오려는 시는 아직 날개를 달지 못하였으나, 언젠가 입꼬리에 근육이 붙어 쩌렁쩌렁 공명을 울릴 것이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