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양 마친 행자승이
약수 한 바가지로 양치질하신다
둥근 해 토해 내고 그믐달도 비벼 빨고
천둥 번개 소나기도 다 게워 내신다
먼 산 푸른 피도 빡빡 닦고
노송의 백태도 긁어 주신다
흥부가 박을 타듯 골똘하던 칫솔질
이밥 한 숟가락에 탐스러운 반찬 얹듯
먹음직스러운 치약을 듬뿍
칫솔질하는 팔이 불끈불끈 일어선다
죽을 듯 닦던 치아 닳을까 걱정인데
주지 스님 슬리퍼 자락에 깔려
무덤덤하게 지나가던 바람이
별것 아니라고 고개 돌린다
때마다 누가 부르지 않으면
종일 저러고 지내신단다

참 지독하게, 도,
닦으시네



<감상> 행자승이 이빨 닦는 게 저렇게 도를 닦는 행위이라니. 크게는 지구도 달에서 버려진 방망이로 달빛을 치약 삼아 양치질을 하는 게 아닌가. 작게는 들짐승도 칡넝쿨, 나무껍질을 갉아 먹는 것으로 양치질을 한다. 지구가 밤에 양치를 하였으니 아침에 해가 뜨면 양치 냄새가 난다. 들짐승이 나무의 등을 긁어주니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아침에 모든 행자승이 양치질을 하니 산사에 양치 냄새가 그윽할 것이고, 집착의 백태도 걷혀질 것이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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