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민주당의 단독 드리블이 진행 중이다. 6월 5일 민주당과 친여 정당 의원 193명이 박병석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6월 15일 같은 방법으로 187명의 의원이 민주당 의원 6명을, 6월 29일 187명의 의원이 민주당 의원 11명을 상임위원장으로 선출하였다. 약 35조1000억 원의 제3차 추경안을 6월 29일~7월 3일 단 5일 만에 상임위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이제 법 개정이다. 각 상임위원회의 법안소위원회 의결을 만장일치에서 과반수로 바꾼다. 법사위원회가 가진 ‘체계·자구 심사권’을 박탈한다. 공수처 설치를 위해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을 개정한다.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는 민주당의 질주를 어떻게 봐야 할까? 국회는 논의의 장이고, ‘게임 중 룰 변경은 조작’이라는 상식을 생각하면 된다.

먼저 각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원회의 의결방식이다. 국회법 제54조는 각 위원회의 의결 기준을 과반수로 규정한다. 그러나 관례상 법안소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운영되고 있다. 소위원회의 의결방식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으며, 토론과 합의가 의회정치의 정신이고, 법 제정과 개정에 오차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관행이 당리당략과 정쟁의 빌미가 되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게 한다고 본다. 그러나 법안소위원회의 결정방식을 과반으로 바꾸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마음대로 법을 뜯어고칠 수 있다. 야당의 균형과 견제가 무력화되어 다수당의 의회 독재가 된다. 만장일치가 부담이라면 2/3 이상으로 하면 어떨까? 야당의 의사를 반영하며, 법안을 꼼꼼하게 심사할 수 있고, 법안의 장기간 계류도 막을 수 있다.

다음으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이다. 국회법 제86조는 법사위원회에 ‘체계·자구심사권’을 부여한다. 민주당은 법사위원회가 이를 이용해 법안처리를 지연시키는 등 발목잡기를 한다고 본다. 이에 법안 심사는 법안소위원회와 상임위원회를 거쳐 곧바로 국회 본회의로 직행하도록 하고, 법안의 손질은 국회의장 산하에 체계·자구심사기구를 두어 필요할 때 조언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법안의 허점이나 위헌 여부를 세밀하게 심사할 수 없다. 따라서 법사위원회를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로 분리하고, 법제위원회가 ‘체계·자구심사권’을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동시에 법제위원장을 야당에 주어 견제기능을 살리면서, 당적을 이탈하게 해서 어느 정도 중립성을 담보하도록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공수처법이다. 공수처법 제6조는 여당 이외 교섭단체가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중 2명을 추천하고, 재적 위원 5분의 4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통합당이 추천위원 2명을 내지 않거나, 내더라도 반대하면 공수처장은 임명되지 못한다. 이에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추천기한 내 위원을 내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후보를 낼 교섭단체를 지정하도록 하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운영 규칙안」을 발의했다. 이해찬 대표는 공수처법 개정까지 시사했다. 야당 몫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가 출범할 수 없으니,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하도록 하자는 의도다. ‘게임 중 룰을 변경하는 행위’는 조작이다. 민주당의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을 만들려 하지 말고, 통합당이 찬성할만한 중립적 인물로 공수처장 후보자를 내세우면 된다.

민주당은 법 개정의 목적으로 ‘일하는 국회’를 내세운다. 현재의 법이 당리당략과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어,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하게 한다는 의미다.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노선과 정책이 다른 여야가 일정 기간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일방성과 편향성이 제거되고, 확실성에 근접으로 시행착오나 비용을 줄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 폐기된다. 무엇보다 여야가 교집합을 찾아 나감으로써, 각각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가 상당 부분 반영된다. 문제는 여야가 자기주장에 매몰되어, 결정 기간이 과도하게 길어지는 경우다. 국민이 어느 정도 손해를 보겠지만, 여야가 합의를 이루어내면 문제가 없다. 다수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 최악이다. 반대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가 무시당하고, 토론과 합의의 전당인 국회가 존재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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