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44% 스마트폰 사용↑…우울·불안할수록 과의존 경향
중독포럼, 행동변화 조사 발표

직장인 황모(30·여)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한 3월부터 휴대폰 사용시간이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감염이 무서워 회사에 출근할 때 이외에는 외출하는 빈도를 최소화 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딱히 할게 없어 자연스럽게 휴대폰에 손이 간다”며 “거의 매일 잠들기 전까지 드라마·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디지털 매체 사용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우울감을 의미하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일수록 디지털 매체에 과의존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독질환 전문 연구 네트워크 ‘중독포럼’이 국민 10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전후 음주·온라인게임·스마트폰·도박·음란물 등 중독성 행동변화 실태조사’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44.3%(조금 늘었다 28.7%·매우 늘었다 15.6%)에 달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음주·흡연·온라인게임·스마트폰·도박·성인용 콘텐츠·기타 정신건강(우울·불안·불면) 등 총 8개 영역으로 나눠 코로나19 이전과 이후(2∼5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용이 늘어난 스마트폰 콘텐츠(중복응답)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온라인 채팅이 48.6%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뉴스(47.2%), 쇼핑(34.6%), 사진 ·동영상(29%) 등이 뒤를 이었다.

온라인게임 이용도 ‘(조금+매우)줄었다’(16.3%) 보다 ‘(조금+매우)늘었다’(24.4%)고 답한 비율이 많았다.

도박 역시 전반적으로 늘었다. ‘한 달에 1회 미만’(18.2%), ‘한 달에 1∼3회’(14.3%), ‘주 1회’(18.8%), ‘주 2회 이상’(25.0%) 등으로 평소 도박 횟수에 따라 증가폭이 컸다.

우울감에 대한 조사에서는 온라인게임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우울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는 온라인게임 사용시간 증가율이 5.8%에 그친 반면, 우울이 심각한 사람은 8.7%로 나타나 우울한 사람일수록 코로나19 이후 온라인게임 사용 시간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온라인게임 지출액도 우울이 심하지 않은 사람의 지출액 증가 비율(1.4%) 보다 우울이 심각한 사람(7.2%)이 5배가량 높았다.

스마트폰 사용시간 증가율도 우울이 심각한 경우(21.7%)가 심각하지 않은 경우(15.2%) 보다 높았다.

불안감의 경우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불안이 심각한 경우 온라인게임 사용시간 증가율(13.1%)이 심하지 않은 경우(4.0%)를 크게 앞섰으며, 온라인게임 사용 지출액 증가율도 6%, 0.7%로 불안감이 있는 경우 크게 높아졌다.

중독포럼은 “이같은 결과는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우울·불안 등이 악화되고, 디지털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이어져 중독 등 정신행동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중독 예방과 건강한 디지털 미디어 활동 증진 프로그램 개발, 사행성·음란성 콘텐츠 마케팅·접근성 제한, 균형 잡힌 아날로그 활동의 보장 방안 마련 등 지속가능 언택트 사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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