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국 과학자 239명 공개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영상. 미 NIH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제공
전 세계 32개국 과학자 239명이 세계보건기구(WHO)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기 감염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현지시간) 과학자들이 공개서한을 통해 작은 비말 입자가 공기 전파를 통해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증거를 밝힌 뒤 예방 수칙 수정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WHO의 감염예방통제위원회가 과학적 증거와 관련해 융통성이 없고 지나치게 의학적인 관점을 고수해 방역 수칙을 갱신하는 데 속도가 느리다”며 “소수의 보수적 목소리가 반대의 목소리를 묵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실내에 떠다니는 작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는 혼잡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기 전파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해왔다.

이들 과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실내에서는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들은 가장 작은 호흡기 방울도 걸러내는 N95마스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지난 4월에도 에어로졸 관련 전문가 36명은 WHO에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WHO는 에어로졸보다 손 씻기를 옹호하는 몇 명의 전문가가 토론을 주도했고, 기존 예방 수칙 권고는 그대로 유지됐다.

리디아 모로스카 WHO 자문위원은 “환기가 어려운 실내에 사람들이 붐비는 경우 코로나19가 공기 감염되는 여러 사례가 있다”며 “WHO는 아주 작은 비말과 큰 비말을 구분하지만 실제 감염자들은 두 종류를 모두 방출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WHO는 그동안 코로나19가 주로 침방울 등 큰 호흡기 비말에 의해 감염된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도 공기감염은 5미크론(μ, 1μ=100만분의 1m) 이하의 비말이나 에어로졸(지름 1㎛의 고체 또는 액체 입자)을 생성시키는 의료시술 후에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작은 입자들이 공기에 떠다니는 수술실과 같은 환경에서만 N95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레그란치 WHO 감염통제국장은 “최근 몇 달간 공기감염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명백한 증거는 없이 논란만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방역당국도 WHO 측과 같은 입장이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1총괄본부장은 6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해외에서 공기 중 전파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 지적들이 있었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아직까지는 공기 중 전파에 대해서는 당국으로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추가적인 검토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해서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감염의 경로와 위험성에 대한 평가 그리고 위험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전문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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