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만 수십명 연수 대기…충남, 2022년 전면 폐지 발표와 대조
전문가들 "인사적체 해소 등에 악용될 여지 많아 제도적 정비 필요"

충남도청 전경. 인터넷 이미지 발췌
최근 충남도청이 공직자 공로연수를 오는 2022년 1월 인사부터 폐지한다고 밝혀 공직사회에 논란이 되면서 경북도와 대구시 등 타 지자체의 폐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기사 18면

충남도에 따르면 내년부터 공직자 공로연수 의무 기간을 6개월로 통일하고 오는 2022년 1월 인사에는 전면 폐지한다.

이에 충남지역 공직사회가 공직자 공로연수 폐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충남공무원노조는 “이번 인사로 3급 3명과 4급 1명 등 총 4명이 공로연수를 가지 않아 3급~8급 공무원 23명의 승진기회가 사라졌다”며 지난달 29일 성명서를 통해 “충남도가 지난해 연말 노조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선별적 공로연수제도’를 고시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 공로연수제도는 20년 이상 근속한 퇴직 예정 공무원이 사회 적응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지난 1993년 도입돼 전국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특히 연수 기간 중 현업 수당을 제외하고 급여는 그대로 지급된다.

공로연수대상이 되면 보직을 내려놓고 민간 연수기관이나 교육훈련기관에서 연수를 받기 때문에 하위직 공무원에게는 진급의 기회가 생기게 된다.

중앙정부의 각 부처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이 제도를 폐지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사실상 의무제도로 자리 잡아 일부 공무원들과 사회단체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공로연수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반하는 데다 무기력한 일상을 이유로 선배 공무원의 상당수가 공로연수를 꺼리면서 진급의 기회가 연기되거나 사라진다는 이유로 이를 항의하는 후배 공무원과의 갈등도 깊어지기 때문이다.

경북·대구지역의 공로연수 관련 논란도 뜨겁다.

대구시청 전경 경북일보DB
실제로 지난 1월에는 공로연수를 거부한 대구시 소속 여성 간부공무원을 비방한 글을 게시한 공무원노조 위원장 A 씨에게 벌금 400만 원이 선고(경북일보 1월 13일 6면)되기도 했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퇴임 1년을 앞두고 있던 5급 공무원 B 씨는 정상적으로 출근하겠다는 이유로 공로연수 동의서를 내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2017년 7월 24일부터 8월 2일까지 5차례에 걸쳐 대구시 행정 포털 노조 게시판에 ‘5급 OO직 서열 2위 여성 고위공무원’이 공로연수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행위를 ‘인사문란행위’라고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특히 해당 내용은 당시 시민단체와 공직사회의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7년 당시 우리복지시민연합은 “공직자 공로연수는 조기 승진 잔치를 위한 인사 당겨쓰기다”고 주장해 공직사회와 공방을 펼쳤다.

다른 시민단체들도 공무원 B 씨의 예를 들며 “도입의 취지와 목적 자체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구시대적 제도로 전락했고 현재는 공로연수로 생긴 결원에 대한 후배공무원이 승진을 위한 ‘인사 적체 해소’가 주목적이 됐다”며 “공로연수는 정년퇴직 이전에 떠밀리듯 조기에 강제 퇴직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급여를 받는 것은 떳떳한 일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에 당시 공무원 노조는 “공로연수와 관련한 사항은 인사행정의 한 부분으로서 고위직이나 간부 등 특정인들에 의해 지배적 위치를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며 “한쪽의 일방적 외침에 사실 여부와 현실은 외면하고 오직 공무원 사회를 비난하기에 급급한 것처럼 보여줌으로써 시민단체 본연의 의무와 기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경북도청 전경 경북일보DB
현재 경북도의 공직자 공로연수 참여 인원은 4급 16명, 5급 6명, 기타(연구관·지도관 등) 3명 등 총 25명이다.

대구시는 올 상반기 공로연수 대상자 60명 전원이 연수를 떠났으며 하반기에는 59명이 예정돼 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공로연수 기간은 경북·대구·부산 등 12곳의 지자체는 1년, 경기도 등 3곳은 6개월, 서울과 충남은 1년 또는 6개월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경북·대구의 경우 5급 이상은 1년간, 6급 이하는 6개월 이내로 실시하지만 본인 동의가 있으면 6급 이하도 1년간 공로연수를 떠날 수 있다.

연수자들에게는 퇴직 때까지 급여와 개인학습 교육경비를 지원한다. 단 해외연수경비는 지원하지 않는다.

공직자 공로연수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전문가들은 제도의 현실성 있는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역의 한 행정 전문가는 “공직사회에서 공로 연수제가 조기 승진 등의 인사적체 해소나 퇴출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제도를 다시 검토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립안동대학교 행정학과의 이성로 교수도 “법과 관행에 연연하는 것 보다는 애초의 취지에 맞게 공무원들의 자율에 의한 제도의 운용이 중요하다”며 “후배 공무원들에게 등 떠밀리듯 공로연수를 떠나기보다 현직에 머물고 싶다면 눈치를 보지 않고 일을 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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