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김천지원, 국가가 위자료 100만원 지급 판결

양손은 수갑, 양팔은 포승줄에 묶인 채 호송차량에서 내리던 피의자가 굴러 떨어져 다쳤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김천지원(지원장 박치봉 부장판사)은 사기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호송되는 과정에서 다친 A씨(44)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위자료 100만 원을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2018년 5월 호송차량을 이용해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피의자 신문을 받기 위해 호송되는 과정에서 수갑과 포승으로 손과 팔이 묶인 상태로 차에서 내리다 의자 엉덩이 시트에 오른발이 걸려 굴러 떨어졌다. 180㎝의 키에 몸무게가 110㎏이 넘는 A씨가 탄 호송차량은 투병 차단벽 때문에 공간이 좁아서 의자 엉덩이 시트 끝과 차단벽 사이 간격이 18㎝에 불과했으며, 몸집이 큰 A씨가 균형을 잡고 안전하게 내리기가 보통 사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안전한 승하차를 돕기 위한 손잡이도 설치되지 않았고, 손잡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갑과 포승을 한 상태에서는 손잡이를 잡는 것도 힘든 상태였다.

재판부는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 투명 차단벽을 설치해 개조한 승합차인 호송차량 구조상 호송되는 사람이 안전하게 하차하는 데 지장을 주는 면이 있었고, 원고의 신체적 특성 때문에 그런 구조적 문제점이 위험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 컸다”며 “호송하는 경찰관들도 원고에게 주의를 주고 부축하는 등 안전하게 하차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런 과실이 사고를 당하는 데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김민규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무관은 “사고 때문에 A씨는 허리와 골반에 디스크가 생겼고, 팔꿈치에는 물이 차는 부종이 발생했다”며 “호송을 하던 경찰관은 고통을 호소하는 A씨에게 진통제만 주고는 호송작업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국가와 호송경찰관 등을 상대로 1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호송경찰관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김민규 법무관은 “호송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이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라며 “피의자 인권을 존중하는 판결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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