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문재인 정부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곧 나올 모양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강경 대응 주문으로 주무 부처와 민주당에서도 백가쟁명식 대책을 만들어 시안을 내어놓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대책이란 게 천편일률적으로 세금 올리는 방법만 찾는 땜질식 처방을 해왔다. 이러니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값이 올라가는 역현상을 보였다. 내집 마련을 해보려고 먹고 입는 것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장롱 속 돈을 모아온 집 없는 서민들만 허탈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3년여 동안 21차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으나 국회의원과 장관, 청와대 참모 등 고위직 인사들의 똘똘한 주택 보유는 늘어나고 서울 아파트값도 56.6%로 뛰었다.

이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화급한 화두가 되었다. 김정은과 한반도 평화에 몰두(?)해야 될 문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최고의 민생 문제가 부동산”이라고 하며 관계 부처에 닦달을 했겠는가. 문 대통령은 취임 1개월 직후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때 문 대통령은 관계자들에게 “집값을 잡아 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했다. 이 말에도 별 효과가 없자 이듬해 문 대통령은 솔선수범 차원에서 서울 홍은동 빌라를 팔았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대통령 뜻과는 달리 거꾸로 치솟았다.

지난해 연말에는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32%나 뛰었다고 경실련이 발표했다. 경실련은 이 발표에서 청와대 참모들의 집값이 평균 3억2000만 원이 올랐다고 발표했다. 파문이 커지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나섰다. 그는 “수도권을 비롯 2채 이상 주택을 가진 청와대 고위 공직자는 1채만 남겨두고 모두 팔라”고 했다. 경제부총리도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도 한 채 빼고 나머지는 처분하라”고 화답하고 나섰다.

이 발표가 있은지 지난 6개월 동안 청와대 참모들의 소유 주택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집을 팔라’고 한 대통령의 명(命)을 받들어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했던 노 비서실장 본인조차도 지난달까지 서울 서초구 아파트 1채와 충북 청주시 아파트 1채 등 2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최근 논란이 되자 청주 아파트를 팔았다. 국민에게 눈감고아웅을 했다. 갖고 있으면 수억 원이 오를 알짜배기 강남아파트는 젖혀뒀다.

그러나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8일 “이달 안으로 강남아파트도 팔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청와대 1급 비서관 이상 고위직 참모 12명과 행정부처의 장관급 이상 14명이 강남 등지에 2주택 이상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는 대통령 명보다는 돈이 우선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몸소 보여주고 있다. 서울 부동산가에서는 청와대 참모들의 이런 ‘요지부동’을 보고 ‘어공’이 이러니 ‘늘공’은 대통령 지시에 코웃음을 친다는 말이 나돈다. 또 “김현미 국토부 장관 말 안 들으면 몇억 번다”는 비아냥 소리도 나온다.

집값과 전셋값이 최근 폭등하면서 잊혔던 인물들이 부동산 투기의 반면교사로 다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김상곤 전 부총리는 교육부장관으로 있던 2018년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해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이해 3월 성남의 분당 아파트를 남기고 서울 강남의 대치동 아파트(94㎡)를 서둘러 팔았는데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10억 원 이상 올랐다는 것. 김 전 대변인도 대변인 시절인 2018년 7월 동작동 재개발지역 상가(272㎡)를 25억여 원에 매입해 논란이 되자 1년 5개월 만에 급히 팔았으나 이 문제로 지난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공천도 받지 못했다. 재개발 지역 아파트 입주권과 신축 상가까지 받을 수 있는 조합원 권리도 잃었다. 그는 권력도 돈도 모두 놓쳤다. 억울해했을 듯하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시장 흐름을 무시한 채 ‘부동산 정책’이라기 보다는 ‘부동산 정치’에 가까운 대책들을 쏟아 냈다. 결과는 집값 급등과 국민의 불신만 쌓이게 했다.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주택 구입자는 모두 투기꾼이라는 시각으로 세금 철퇴만 내렸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이 성공하려면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이 ‘내 집 1채 갖기’의 솔선수범과 정부의 ‘부동산 정치’ 같은 땜질식 대책으로는 머잖아 23번째 부동산 대책이 또 나올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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