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에서 맞는 첫 봄이다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감상> ‘불혹’과 ‘부록’은 언어유희(pun)이지만, 삶의 후반부인 부록을 본책에 못지않은 내용으로 채우려면 마음에 혹할 일이 있어야겠다. 20대의 열정이 30대까지는 이어지나 40대는 좀 사그라진다. 그러니 목련에 머뭇대는 바람처럼 새로운 일에 유혹되었으면 좋겠다. 오히려 40대 불혹이라는 의미가 반대로 읽혀진다. 마찬가지로 50대는 지천명(知天命)인데 천명을 다 알면 뭔 재미인가. 60대에 이순(耳順)이라고 귀에 들리는 소리가 과히 순조로울까. 어느 나이에 있든 덤으로 사는 기분으로 살면 욕심이 덜어진다. 이제 별책부록을 재미있고 알차게 꾸미는 데 치중해 보자. (시인 손창기)
- 기자명 강윤후
- 승인 2020.07.12 16:14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13일 월요일
- 지면 18면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