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대학,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미술’ 주제 강연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지난 10일 대구메트로아트센터에서 열린 2.28대학 강연자로 나서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미술’을 주제로 강의했다.
“고전 미술 작품이 현대 사회에도 반영될 수 있다”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미술’을 주제로 강의했다.

조 교수는 지난 10일 대구메트로아트센터에서 진행된 2·28대학 강의자로 나서 19세기 서양의 미술 세계를 들려줬다.

19세기 유럽은 프랑스 대혁명, 시민사회의 성장, 개인의 능력과 개성 중시 등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으며 미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술사적으로 낭만주의가 등장했으며 이와 대조적인 사실주의적 경향도 동반됐다.

우선 낭만주의는 신고전주의의 절제, 합리성, 딱딱하고 까다로운 규범과 형식주의에 반발하면서 탄생했다. 이에 따라 개개인의 정서와 직관, 자유로운 상상력과 표현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개개인의 감성과 주관을 표출하기 위해 동적인 구도를 사용하거나 극적인 움직임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며 강렬한 색채가 사용되는 등 작가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사용됐다.

낭만주의 미술의 일반적인 특징은 개성·상상·무한성·영감·직관, 전통과 현실에서 해방, 자연과 교감, 숭고함 표현 등이 거론된다. 대표적인 작가는 ‘프란시스코 고야’로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스페인의 가장 뛰어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고야의 낭만주의는 풍속과 신화, 종교적 주제를 그린 그림들에서 완성됐으며 주로 인간의 악행·무자비함·광기·무지함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사투르누스(Saturnus)’이며 ‘검은 그림들(Pinturas negras·1820~1823)’시리즈에 속하는 작품이다.

어두운 색조로 벽면에 제작한 무시무시한 주제의 그림들 열네 점 중 하나다.

사투르누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티탄족이다. 자식에게 지배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예언 때문에 자식이 태어날 때마다 먹어 치웠다는 기괴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조 교수는 해당 작품이 그리스 신화의 모습을 빌어 스페인을 침략한 프랑스군의 잔혹한 행위, 이어진 내전과 혼란을 겪은 고야의 내면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거대자본의 끝없는 탐욕, 소비가 미덕인 경제구조, 연대의식 없는 경쟁 사회 등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현실주의 작품의 대표작으로 ‘밀레’의 ‘이삭줍는 여인들’를 제시했다. 이삭을 줍는 여인들의 느린 동작은 정지된 듯한 인상을 주며 작품 전체에 성스럽고 엄숙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조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평화롭고 여유 있는 농촌 풍경을 그렸고 농민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면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강의를 이어갔다.

허리를 직각이 되도록 숙인 채 밀 이삭을 모으고 집어 올리는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 두 여인이 무척이나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인의 고달픔은 단순히 육체적 노동으로 발생한 피로감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림 윗부분에 수확하는 한 무리의 농민들이 그려져 있으며 오른쪽 구석에 말을 탄 한 남자가 그려져 있다.

이 남성은 농민들의 무리에 속해있지 않으며 거리를 두고 떨어진 채 손으로 농민들에게 무엇인가 지시하고 감독하는 모습이다.

귀족이나 대지주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그림 전체에 당시 프랑스 농촌의 현실이 담겨 있다.

제2제정이 들어서면서 많은 서민이 몰락했고 교외나 농촌으로 밀려나 빈곤한 생활을 하게 됐다. 이중 여인들과 아이들은 극심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밀레의 그림에 등장하는 세 여인은 이러한 상황 한가운데 서 있으며 수확의 기쁨에서 떨어져 있다.

결국 이들은 농민들이 거둬들이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 이삭을 줍는 등 농촌에서 가장 가난한 부류의 사람들이다.

먹고 살기 위해 힘들고 수치스러운 일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며 거둬들인 빈약한 수확물은 마차에 쌓인 밀 더미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밀레는 대지주와 농민, 남성과 여성이라는 대립적 구조에서 가장 밑바닥으로 몰린 경제적·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의 모습을 표현했다.

조 교수는 “밀레는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고민과 정치적 저항을 표출하고 있다”며 “이처럼 미술의 기능이 확대되고 사회비판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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