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많고 대형마트와 경쟁 '보여주기식' 행사" 상인들 볼멘목소리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극복하고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형유통업체, 소상공인, 전통시장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소비 촉진 행사 ‘대한민국 동행세일’이 12일 막을 내렸다. 앞서 9일 오후 대구 중구 번개시장에 동행세일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동행세일 효과 없었어요”

대구 북구 칠성시장의 한 과일가게 상인이 지난 11일 오후 물품을 정리하면서 단호히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따른 내수 침체를 극복하고자 지난달 26일부터 12일까지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추진했는데, 이 기간에 매출 상승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근 건어물 가게 상인도 동행세일 기간에 매출이 3% 정도 오르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고, 사무용품을 파는 한 상인은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해 동행세일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같은 날 달서구 성서용산시장 한 상인은 동행세일이 ‘보여주기식’ 행사라고 지적했다. 전통시장 고객을 빼앗는 대형마트와 같은 기간에 동행세일을 추진하면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모색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등 다양한 판매경로로 소비 촉진이 이뤄지면서 전통시장 내 일부 품목만 고객이 찾을 뿐 식자재 등을 파는 상인들은 계속 한숨만 깊어지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동행세일에 따른 매출 효과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 상인이 효과가 없거나 미비하다고 답했다. 지난 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동행세일 D+7 첫 실적 발표로 살펴본 나비 효과’ 보도자료를 내고 오프라인 전통시장 매출향상에도 도움이 됐다고 밝힌 내용와 상반된다.

당시 중기부는 전국 50개 시장의 750개 점포를 표본조사한 결과, 동행세일 첫 주간 전통시장 매출액과 방문 고객 수는 각각 38억6010만 원, 26만6054명이라며 전주 동기 대비 각각 7.1%, 5.2%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도 전통시장 고객이 동행세일 분위기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서문시장은 전주 대비 고객이 약 20∼30% 증가했고, 서문시장에서 지난달 28일 진행된 라이브커머스 방송의 홍보효과로 전화문의와 매출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볼멘 소리만 나온다.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회장은 동행세일을 추진하면서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행사에 대한 제재만 많아졌을 뿐, 실제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상인회장은 “동행세일 기간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시장 자체 행사를 제한하는 게 많았다”며 “코로나19 때문이라는 것은 알지만, 얼마나 까다롭게 제재를 가하는지 관문시장 등 대구 일부 전통시장은 동행세일에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취지가 있었으면 대형마트와 같은 기간에 행사를 진행했어도 안 되고, 전통시장 자체행사에 대한 제재도 많아서는 안된다”며 “안 하는 것만 못한 행사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영오 상인회장은 “긴급재난생계지원금으로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했던 기간이 전통시장이 그나마 활성화했던 시기다”며 “전통시장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와주려면 동행세일과 같은 행사보다 차라리 부정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면서 행사를 전통시장에 맡겨주거나 온누리상품권을 풀어주는 정책을 계획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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