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은 코로나19가 인간 세포에 침입할 때 이용하는 수용체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2)가 질환이 없는 70대 이상 노인보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에게서 더 증가하는 사실이 연구로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진은 70대 이상 고령자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폐렴과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뇌 질환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어 알츠하이머 질환을 앓는 고령 환자의 뇌 조직과 혈액의 유전체 정보가 담긴 빅데이터, 전사체(일정한 시간·상황에서 한 세포에 존재하는 모든 RNA 분자의 합) 분석기법 등을 통해 Ace2 유전자 발현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는 노년층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는 Ace2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한 것을 발견,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치매 초기, 경증, 중증 환자그룹의 유전체를 분석해 치매가 진행될수록 Ace2 유전자의 발현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Ace2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해 세포 내 침입을 돕기 때문에 Ace2가 많이 발현할수록 반대 경우보다 감염 위험이 크다.
연구진은 고령의 치매 환자가 일반 노인보다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상관관계가 밝혀지면서 퇴행성 뇌 질환을 기저질환으로 앓고 있는 노년층에 새로운 진단 접근법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주재열 박사는 “뇌연구원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며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이라면 코로나19 예방에 더욱 신경 써야 하며 우리 사회 각계에서도 치매 노인 환자에게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20-BR-02-13)과 한국연구재단 기본연구사업(2019R1F1A1059595) 과제의 도움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감염저널’(Journal of Infection)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