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이 6·25전쟁 전투복을 수의로 입고 대전현충원에 영면한다. 14일 오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입관식을 갖고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백 장군은 “내가 도망치면, 나를 쏴라”며 지리멸렬 패퇴하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구국의 영웅이다.

백 장군은 한국전쟁 초기 전세를 뒤집은 ‘낙동강 다부동 전투(1950)’를 비롯, 평양전투(1950)와 중공군 춘계공세(1951) 저지 등 여러 차례 승전으로 태극무공훈장을 두 차례나 받았다. 그는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그가 생전에 “전사한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유지를 밝혔지만 그의 동지들이 묻혀 있는 서울현충원의 한 평 쉼터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백장군이 서거하면 서울현충원의 국가유공자 묘역에 안장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정부는 백장군의 장례를 국군장이 아닌 육군장으로 치르고, 추모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김홍걸, 이수진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현대판 부관참시(剖棺斬屍)나 다름없는 친일파 유해를 이장시키는 ‘파묘법’까지 입법 추진하고 있다. 백 장군이 대전현충원에 묻힌다 해도 장군의 묘가 언제 파헤쳐져 수모를 당할 지 모르는 지경이다. 백 장군은 일제하의 1943년 만주군에 복무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당시 독립군은 만주에 있지 않았다. 백 장군 본인도 “내가 싸운 상대는 중공 팔로군”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자로서 나라를 구한 백 장군을 직접 조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빈소를 찾지 않았다. 백 장군에 대한 추모와 애도는 미국 정부가 더 앞장섰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공식 터위터에 “한국은 백선엽과 다른 영웅들 덕분에 오늘날 번영한 민주공화국이 됐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은 아산병원을 찾아 거수경례로 조의를 표했다.

백 장군의 죽음은 사생활 성추행으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런데도 박 시장에 대해서는 당·정·청이 국장급 장례를 치렀다. 백 장군의 장례 홀대는 자유와 희생의 가치는 물론 국가 정체성을 망각한 정부의 심각한 결례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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