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천 둔치에서 목줄을 착용한 반려견과 하지 않은 반려견이 산책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아무리 작은 크기의 강아지라 하더라도 야간에 목줄 없이 갑자기 물것처럼 달려드는 것을 피하려다 다친 경우 개 주인에게 100%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21민사단독 허용구 부장판사는 A씨(62·여)가 견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에게 3788만4000여 원을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생후 11년 된 길이 50㎝의 미니어처 슈나우저 ‘꼬리’의 견주인 B씨는 2018년 4월 11일 밤 8시 30분께 대구의 한 노상에서 자동차를 주차한 뒤 문을 열어놨고, 꼬리는 목줄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로 밖으로 나가 배회했다. 그러던 중 앞을 지나던 A씨를 발견하고 마치 물어버릴 것처럼 위협하며 짖었고, 놀란 A씨는 뒷걸음치며 피하다가 바닥에 굴러 넘어져 전치 8주의 요추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 사고로 견주 B씨는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A씨가 다시 치료비 등 6600만 원을 달라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자 B씨는 “어린이도 놀라지 않는 아주 작은 강아지를 보고 62세 성인인 A씨가 놀라 넘어지기까지 했다는 것은 과잉반응을 하는 바람에 스스로 넘어진 것으로 봐야 하고, 실제 A씨를 물었거나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의 크기, A씨가 성인이라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A씨의 과실은 최소 50% 이상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잘못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B씨의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주장을 배척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A씨를 공격한 개와 주인인 B씨의 잘못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62세였던 원고 A씨와 같은 연령의 여성이 어두운 야간에 길을 가다가 갑자기 물것처럼 달려드는 개를 발견한다면 아무런 방어행위를 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거나 놀라 주저앉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인 것으로 보이므로 당시 A씨가 도망가거나 개를 피하는 등 아무런 방어행위를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A씨의 과실이라거나 손해 발생 또는 확대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갑자기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개를 피하다가 입은 피해자의 손해를 개 주인이 전적으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보이고, 손해액이 많다는 이유 등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에게 손해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도리어 공평의 이념에 위배 된다”고 강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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