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창 안동대 교수 "본무대 도심으로 옮겨 관광객 지역상권 기여 유도해야"

안동 탈춤축제장 인근에 입주를 시작한 공공실버주택(좌)과 공사중인 행복주택(우)이 보인다. 150세대 규모의 공공실버주택에는 현재 만65세 이상의 어르신 134세대가 입주했다.이정목 기자

매년 안동 낙동강변을 중심으로 하회마을 등지에서 열렸던 대한민국 대표 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이제 탈춤축제장에서 즐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의 이유로 전면취소하기로 했지만 인접한 곳에 공공실버주택과 행복주택이 들어서고 있어 소음 민원이 제기되면 행사 진행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현재 탈춤축제장에서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조성된 150세대의 공공실버주택에는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 134세대가 입주한 상태다. 또 200세대 규모의 행복주택은 올 11월 완공을 목표로 내년 1월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열흘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리면 인접한 350세대의 소음피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여기에 안동시가 올해 축제를 열지 않는 대신 ‘K-컬처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어 벌써 인근 주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할 우려에 축제를 취소한 것이 무색한 데다 연로한 어르신들이 소음에 시달릴 걱정에서다.

공공실버주택에 입주한 일부 어르신들은 “탈춤축제나 여러 행사가 개최되면 시끄러워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안동시가 미리미리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동시 관계자는 “탈춤축제는 관광객 유입 등 지역발전과 같은 대승적 차원에서 열리는 만큼 어느 정도 이해를 해야 할 것”이라며 “방음벽 등을 세울 수는 없지만 창문을 닫고 생활할 수 있도록 에어컨 지원비 등 다양한 해결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소음 관련 민원이 발생하면 시설을 폐쇄하는 등의 그동안 이행해 온 안동시의 행정 조치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혈세를 들여 조성해 놓고도 소음문제로 폐쇄해 놓은 낙동강변의 수상동력기구 접안시설과 같이 만약 탈춤축제장에서 행사로 인한 소음이 발생해 민원이 제기되면 탈춤축제장마저 폐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장 사정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안일한 행정처리로 이미 실버공공주택이 입주하고 행복주택이 조성되고 있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축제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 현명한 대처”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기창 안동대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장.
권기창 안동대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장.

권기창 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장은 “기존 탈춤페스티벌의 관람객이 축제장으로만 몰려 있어 지역 상권에 크게 기여한 바가 없다”며 “앞으로 탈춤페스티벌이 열리면 인근에 공공실버주택과 행복주택이 들어서 이들이 마주할 소음피해 문제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탈춤축제 본무대 자체를 시내 등으로 옮겨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관광객들을 지역의 상권이 있는 곳으로 몰리도록 유도해 그들을 도심에서 최대한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축제를 통한 경제유발 효과를 최대한 거둬들일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이다”며 “현재 축제장과 철도 역사부지 등은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강변 시설과 연계한 도심의 허파 구실을 하는 관광거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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