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이츠 공장 폐쇄 위기에 범시민대책위 발족·대책 요구

민주노총 금속노조 채붕석 한국게이츠지회장이 15일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한국게이츠 공장 정상화를 위한 대구지역범시민대책위’ 기자회견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대구 달성군에 있는 외국계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국게이츠 공장의 폐업 사태로 노동자들이 보름 넘게 폐업 철회를 요구한 데 이어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외국 기업의 일방적인 폐업 통보는 한국게이츠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기업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지역 내 노동자와 가족 등 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들은 특히 외국 기업이 한국에 사업을 확장할 때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일방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고 국내에서 철수해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와 지방정부,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소수 정당 등 47개 단체가 꾸린 ‘한국게이츠 공장 정상화를 위한 대구지역범시민대책위’(이하 한국게이츠대구시민대책위)는 15일 대구시청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게이츠 폐업에 따른 실직 위기 사태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민주노동 금속노조 채붕석 한국게이츠지회장은 ‘우리나라는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마음대로 해도 되는 나라’라고 한탄했다.

채 지회장에 따르면 한국게이츠는 지난달 26일 노동자들에게 올해 7월까지만 회사를 운영하고 폐업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사측의 계획대로라면 노동자들의 남은 근무 일수는 보름 정도다.

한국게이츠 본사가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걸쳐 시행하는 구조조정의 하나라는 설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폐업 시기가 앞당겨진 상황이라는 입장을 직원들에게 전했으나 노동자들은 이익을 위한 ‘먹튀’일 뿐이라며 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중이다.

채 지회장은 “2019년에도 49억 원 흑자를 낸 사업자가 폐업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며 “한국게이츠 본사는 폐업을 알린 후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있는데, 147명의 직원에게서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됐고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사측에서는 한국사회에 와서 31년 동안 고용을 유지해줬으면 감사한 거 아니냐고 하는데, 이익만을 위해 폐업을 결정하고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인지 묻고 싶다”며 “‘먹튀’ 자본이 생기지 않도록,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에 힘을 보탰다.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는 “140여 명이라는 직원 수가 적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에 따른 파급력은 크다”며 “2차, 3차 업체를 고려하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은 6000여 명, 가족까지 합하면 1만 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게이츠는 지금까지 많은 돈을 벌고 별다른 노사 문제도 없었는데, 갑자기 일자리를 한순간에 없애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돌아가려면 노동자가 일할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도 성서공단 내 외국 기업에서도 정리해고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더 많은 해고와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 상임대표는 “외국 자본이 ‘먹튀’를 하는데, 법과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에 절망감을 느낀다”며 “지금까지 국가와 지방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노동자들까지 길거리로 내몰리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나”라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구시민들과 국가, 지방정부가 함께 이 문제의 주체로 나서고 국가와 대구시가 대책위를 만들어 시민사회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게이츠대구시민대책위는 16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대책 마련을 위한 기자회견과 농성을 진행하고, 오는 17일에는 대구시의회 회의실에서 ‘한국게이츠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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