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 케인 변호사
하윤 케인 변호사

패션계에서 자리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졸업생 안드레아와 상사인 패션지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를 그린 ‘악마는 프라다’는 화려한 패션 소품과 스타 연기자들의 활약으로 성공을 거둔 영화다. 패션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하나이며 ‘악마’처럼 무시무시한 미란다 프리슬리는 매일 ‘프라다’ 등의 명품으로 스타일링한 완벽한 모습으로 출근하며 모두의 위에 군림한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100년 이상 브랜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프라다는 패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아는 거대 브랜드가 됐다.

최근 상승세가 가파른 치킨 프랜차이즈 푸라닭도 프라다에 영감을 받은 듯하다. 2015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 치킨 프랜차이즈는 정해인을 광고 모델로 쓰며 점점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푸라닭은 명품 치킨 브랜드임을 강조하며 일반 치킨집과는 달리 고급 베이커리에서 사용할 법한 박스에 치킨을 담아주고, 마치 명품 가방을 사는 것처럼 비닐봉지가 아닌 더스트백에 박스를 담아 치킨을 배달한다. 프라다가 치킨 프랜차이즈를 오픈하면 이런 모습으로 사업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푸라닭 측은 이름의 의미가 순수함을 뜻하는 스페인어 PURA와 닭의 합성어라고 하지만 푸라닭 로고를 보면 브랜드 이름이 마치 프라다에서 영감을 받은 것 처럼 보인다. 푸라닭은 프라다 로고와 비슷한 검정 역삼각형 안에 PURADAK이라는 영문명을 적었다. 글씨의 색, 프라다와 프라닭의 발음이 비슷한 점, 휘장 모양, 닭 이미지의 위치 등 프라다 로고 모양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상표청도 프라다와 푸라닭 로고가 매우 흡사함을 이유로 2016년 1월, 푸라닭의 로고 출원을 거절했다. 이에 푸라닭은 로고 없이 ‘명품푸라닭치킨’이라는 문구로 상표 등록을 마쳤으며 현재 400개에 육박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푸라닭’과 등록 거절된 역삼각형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프라다가 언제든지 상표 취소소송을 걸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위태해봉인다. 프라다가 승소하는 경우에는 수 백 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모두 이름을 바꿔야 한다. 미국법으로 보자면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여러 법조항이 프라다에 유리해 보인다. 상표의 뜻이 다르다는 주장은 크게 설득력이 없다.

일전에 개인 치킨집 루이비통닭이 루이비통과 소송에 휘말리며 종국에는 가게 이름을 바꾼 적이 있다. 이는 미국 등 해외에서도 유명한 상표 판례로 거론된다. 푸라닭이 프라다와 법정에서 만나게 된다면 이 역시 한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크게 화제가 될 듯 하다.

한국 드라마, 케이팝, 한국 먹거리 등이 세계에 퍼지며 국가 이미지도 변하고 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이 어딘지 묻거나, 일본에 관한 질문만 듣던 때가 불과 15년 전인데 요즘은 미국 시골 마을 라디오에서 BTS나 블랙핑크 노래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제3국에서 ‘힙한 나라,’ ‘최신 유행의 나라’로 이미지 쇄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해외 제조사의 가품 판매 근절 등을 다루는 컨퍼런스에 가면 중국, 베트남과 함께 한국이 거론된다. 브랜드를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명 브랜드와 비슷해보이면 당장 이목을 끌기 좋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결정은 아니다. 사업의 첫걸음을 위험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이름을 정할 때 고려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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