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에 있는 외국계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국게이츠 공장의 폐업 결정은 직원은 물론, 연관 업체와 부양가족 등 6000여 명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속 외국 기업의 일방적인 폐업 통보는 다른 외국 기업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외국 기업은 한국에 사업을 확장할 때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일방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고 국내에서 철수해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의 세밀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지난 15일 시민사회·노동단체 등 47개 단체는 ‘한국게이츠 공장 정상화를 위한 대구지역범시민대책위’(이하 시민대책위)를 발족하고, 대구시청 앞에서 한국게이츠 폐업에 따른 실직 위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에 따르면 한국게이츠는 지난달 26일 노동자들에게 올해 7월까지만 회사를 운영하고 폐업할 것이라 일방 통보했다. 사측의 계획대로라면 노동자들의 남은 근무 일수는 보름 정도다. 노동자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안절부절 애를 태우고 있다.

한국게이츠 본사는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걸쳐 시행하는 구조조정의 하나라며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폐업 시기가 앞당겨진 상황이라는 입장을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한국게이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일방적인 먹튀일 뿐이라며 폐업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한국게이츠는 지난해 49억 원의 흑자를 냈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사업자가 폐업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게이츠 본사는 폐업을 알린 후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있어서 폐업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회사 측은 "한국사회에 와서 31년 동안 고용을 유지해줬으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무책임한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대책위는 "직접 피해를 보는 직원 수 140여 명이라지만 2차, 3차 업체를 감안 하면 6000여 명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폐업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한국게이츠 사태가 다른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 내 외국 기업에서도 벌써 정리해고설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10만 명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와 대구시, 정치권이 시민의 생존권이 달린 한국게이츠의 폐업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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