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시계를
벽에서 떼어놓았는데도
눈이 자꾸 벽으로 간다
벽시계가
풀어놓았던 째깍거림의 위치만
여기 어디쯤이란 듯
시간은
그을음만 남기고
못 자리는
주삿바늘 자국처럼 남아 있다
벽은 한동안
환상통을 앓는다
벽시계에서
시계를 떼어내어도
눈은 아픈 데로 가는 것이다
<감상> 온전한 몸에서 하나가 떨어져 나가면 환상통을 앓는다. 식구처럼 오래 같이 살았던 시계가 떠나자, 벽은 환상통을 앓는다. 눈은 늘 아픈 데로 가기에 못자리가 상처로 보인다. 못은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門)으로 보면 어떨까. 어쩌면 초승달도 환상통을 앓고 있나보다. 초승달은 채우지 못한 선명하고 둥근 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보름달보다 초승달에 눈이 더 가는 것도 아픈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채워 나갈수록 둥글고 선명한 원은 희미해지고 결국 보름달이 되어 환한 본모습을 갖추게 된다.(시인 손창기)
- 기자명 박현수
- 승인 2020.07.19 16:01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20일 월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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