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폭염에 노출된 기간이 길수록 저체중아를 출산할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그 위험은 더 커졌다.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9일 조세재정브리프에 게재된 ‘대기 온도와 신생아 체중과의 관계를 통해 살펴본 자연재해의 불평등’ 보고서에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폭염 상황에서 저체중아를 낳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밝혔다. 또 출산 당시 저체중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대기 온도 변화로 인한 폭염을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임신부가 임신 기간에 고온(일별 평균 온도가 30℃)에 노출된 일수와 신생아 체중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당시 2008년 4월부터 7월 사이에 출생한 신생아 2562명을 추적 조사한 한국아동패널자료와 2008년부터 현재까지 7866가구, 2만4616명의 병력을 조사한 한국의료패널 자료를 함께 검토했다.

산모들은 임신기간별로 첫 3개월, 4∼6개월, 7∼10개월로 나눠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임신부가 임신 기간 중 하루평균 온도가 30℃가 넘는 고온에 노출된 일수가 늘어날수록 저체중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기준 온도 구간인 7∼18℃와 비교했을 때 30℃ 이상인 구간에 노출된 기간이 저체중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특히, 임신 4∼6개월의 경우 온도가 높아질수록 출생 체중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더 커졌다.

폭염이 저체중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다는 결과는 소득 수준별 비교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정 연구위원이 한국아동패널 조사를 활용해 가구별 소득 수준을 상위 75%와 하위 25%로 나눈 결과, 하위 25%에서 저체중 출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나머지 상위 75%의 경우는 위와 같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점을 보이지 않았다.

비용으로 인해 에어컨 등 냉방기구 사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이 폭염에 더 노출됐을 거라는 가정에서다.

한편 이 연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나 스페인 독감과 같은 사회재난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한 시점에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된 후 교육·건강·소득 수준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정 연구위원은 “임신부가 고온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저체중 출산이 증가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해당 신생아들의 학업, 노동시장 차여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진 만큼 이와 관련된 정책을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더 체계화해 자연재해에 따른 불평등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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