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모란이 남심을 구애하는 꽃이라면 여심을 유혹하는 꽃은 단연코 장미이다. 요염한 자태와 강렬한 향기가 눈길을 끌면서 욕망을 자아낸다. 실제로 톡 쏘는 듯한 향내는 남성의 체취와 흡사하다고 말한다. 애정을 갈구하는 미인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연유이다.

자고로 어여쁜 여성은 삶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 이는 과학적 실험으로 입증되는 사실이기도 하다. 남자는 그런 상대에게 친절한 행동을 보인다. 때로는 미끈한 짐승을 선택해 대리 만족을 구한다. 언젠가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은 ‘아름다운 낙타 선발 대회’를 가졌다. 상금이 무려 60억 원이나 주어졌다고. 우크라이나에선 ‘예쁜 염소 뽑기 대회’가 열렸다. 외모와 울음이 심사 기준이었다나.

장미는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에로틱한 이미지를 갖는다. 이성 간의 유혹과 치명적 매력의 팜 파탈 같은 어휘가 연상된다. 특히 붉은빛 장미는 미녀의 입술과 키스, 나아가 섹스를 은유하기도 한다. 이런 후광이 꽃 중의 꽃으로 등극한 바탕일 것이다.

영화 속의 장미도 화려한 조연을 맡는다. ‘테스’엔 남자가 분홍 장미 꽃다발과 꽃송이를 꽂아 주면서 처녀를 유인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장미가 언급된다. ‘장미는 피었다가 지려고 하네’라는 노래와 ‘장미는 다른 이름이어도 여전히 아름다울 거야’라는 대사, 그리고 잠든 줄리엣 신체 위에 장미꽃을 던지는 조문객이 나온다. 독서와 장미를 좋아하는 청순가련 주인공이 등장하는 ‘미녀와 야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젊음의 장미를 입었다’는 묘사는 셰익스피어의 현란한 문장들 하나다.

사랑은 식품처럼 유효 기간이 존재한다. 물론 인문학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일 년쯤 지나면 50%가 사라지고 이후 점차 낮아진다. 결혼 4년째 이혼할 확률이 가장 커다는 주장. 영화 ‘중경삼림’에 나온 금성무의 소망처럼 순애보 시간을 일만 년으로 정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사랑의 또 다른 메타포인 장미는 립스틱 짙은 입맞춤을 암시하기도 한다. 근데 입술 키스는 인류 보편적 행태는 아니다. 세계 168개 문화권 가운데 불과 46%만 가졌다. 그럼에도 히잡으로 얼굴을 가린 중동 여성은 일상적으로 키스를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즘 같은 감염병 시절엔 절제가 필요하나 관련 학계는 키스를 권유한다. 이를 자주할 경우 수명이 오 년가량 길다고도 하고, 출근 시에 아내와 키스하는 남편의 연봉이 30% 높다는 통계도 나왔다. 어느 네덜란드 생물학자는 10초 키스할 때에 8천 만 마리 세균이 이동하면서 질병 저항력을 키운다고 한다. 게다가 가치 측정이 쉽지 않은 부부 금슬은 덤이다. 이병헌이 김태희에게 선사한 ‘사탕 키스’처럼 말이다.

포항은 ‘철의 도시’라는 인상이 강하다. 글로벌 기업 포스코 덕분에 그러하다. 알다시피 철은 탄소 함량에 따라 구분된다. 이것이 높으면 딱딱하나 부러지기 쉽고 낮으면 질긴 대신 무른 특성을 품었다. 강철은 연철과 주철의 중간에 해당한다.

중국 요나라 태조 야율아보기는 거란족 칸이다. 거란은 연철이란 뜻이다. 그들은 나라를 철국, 부락은 철족, 군대는 철기라 불렀다. 당시 유럽 국가는 중국은 몰라도 거란 즉 키타이는 알았다. 나중에 금나라를 건국한 여진의 아골타는 철(거란)은 녹이 쓰는 법이라며 국호를 변치 않는 금으로 바꿨다.

장미는 도시나 국가의 상징화로 선호된다. 미국의 뉴욕 주와 영국의 잉글랜드가 실례다. 동해안 중심인 포항의 시화도 장미다. 이는 달달한 커피와 상큼한 맥주가 있는 예술적 풍경과 어울린다. 태국 치앙마이처럼 철길숲 일대를 젊음의 카페와 맥줏집 명소로 가꾸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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