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일명 ‘검언유착’ 사건. 채널 A 이동재 기자가 한동훈 검사(당시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와 친분을 내세워,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서 가족 수사를 막아줄 테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이야기하라”며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했다는 의혹사건이다. 직접 협박을 들었다는 이 전 대표의 대리인 지모씨가 대화를 녹음하여 MBC에 제보함으로써,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불법 투자금을 모은 혐의로 2019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유상증자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허가 없이 신라젠 주식 1000억 원어치를 일반인에게 판매한 혐의도 받는 상황이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은 이동재 기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검찰청이 이동재 기자를 구속하려는 서울중앙지검을 제지한 후, 범죄 자문을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측근인 한동훈 검사를 보호하려는 시도로 보고, 수사지휘권으로 수사심의위원회 중단과 중앙지검의 단독수사를 명령했다. 윤 총장은 수사지휘권 발동 자체를 효력으로 판단하고, 추 장관의 요구에 반대하지 않았다. 여기서 검찰총장도 정권의 통제 대상이라는 의견과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당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영역이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임시 봉합되었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하면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으므로, 권한 범위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조직체계가 흔들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사건’에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주요 피의자를 기소하겠다는 수사팀에 제동을 건 바 있다. 당시 수사팀은 대검찰청과 협의해서 수사를 진행했었다. ‘검언유착’ 사건에서 이 지검장이 이동재 기자에 대한 구속수사 의견을 윤석열 총장이 거부하자 특임검사급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 지검장은 추미애 법무장관의 최측근이다. 검찰을 지휘하는 검찰총장과 중앙지검장을 움직이는 법무장관이 따로 논다면, 양 기관이 대립하는 양상이 반복해서 출현할 수 있다. 검찰의 능력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게 될 것이고, 이는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

다음으로 검찰이 정권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두 번째다. 2005년 10월 천정배 법무장관이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구속수사를 불구속 수사로 전환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 있다. 두 번째가 바로 추미애 장관이다. 추 장관은 헌법 제1조 2항 ‘국민주권’을 기반으로, 선출된 권력인 정부가 검찰총장을 상시로 통제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검찰청법 제8조에 규정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상설화시키는 선언이다. 검찰총장은 1988년 12월 검찰청법 개정으로 임기 2년을 보장받는다. 「공무원 보수 규정과 여비규정」에 의해 외청장 가운데 유일하게 장관급으로 대우받는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의미다. 그러나 추 장관의 선언으로 다시 정권에 종속될 길이 열리게 되었다.

위임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한다. 법무장관도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회의 감시를 받으며 탄핵과 해임건의안을 통해 책임을 진다. 법무장관이 국회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외청인 검찰에 대한 통제권이 필요하다. 검찰청법 제8조에 명시된 ‘검찰에 대한 지휘 및 감독권’이 이를 뒷받침한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민주주의의 원칙과 국민주권주의에도 부합되는 것이다. 문제는 수사지휘권이 광범위하게 행사되면, 검찰이 정권에 예속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검찰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한도에서, 문민통제가 가능한 범위를 정해야 한다. 권한쟁의심판 같은 양 기관의 분쟁보다,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국회가 영역과 권한을 명확하게 구분해주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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