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발지진 핵심 증거…진상조사 위해 필요" 주민들 집단 반발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시범가동 후 운영이 중지된 상태인 지열발전연구소.
포항 촉발지진 증거 확보를 위한 지열발전소 시추기 철거 방지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2017년 11월 경북 포항지진을 촉발한 포항지열발전소에 거액의 연구비를 지원하고도 발전소 시추기 매각이나 철거에 방관하고 있다.

정부와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가 지진 조사에 필요한 증거 확보 차원에서 시추기 철거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포항시민 사이에 일고 있다.

21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넥스지오 등은 2011년 10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사업을 벌였다.

국내에서 지열발전을 해도 괜찮은지 연구하는 사업이었다.

포항지열발전소는 각각 지하 4.2㎞와 4.3㎞ 깊이로 시추공 2개를 뚫어 물을 주입하고 땅속 열로 데운 뒤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고 전기를 만든다.

이 사업에 정부예산 184억5000만원, 민자 248억5000만원이 들었다. 사업은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포항지진이 발생한 뒤 중단됐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진앙 인근 지열발전소 물 주입으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3월 발표했다.

시추기 본체와 머드펌프 등 시추장비 소유권을 지닌 신한캐피탈은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업체에 160만 달러(약 19억2천만 원)에 시추기 본체와 부속 장비를 팔았다.

넥스지오 자회사가 애초 구매한 비용은 부대비용을 포함해 104억1000만원이었고 넥스지오가 이를 빌리는 비용은 108억원이었다.

공공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시추기 임대 비용을 상당액 부담했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에는 시추장비 임차비 중 정부 출연액이 68억8600만원으로 명시됐다.

정부는 많은 연구비를 지원했음에도 시추기 매각에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장비를 사들인 인도네시아 업체는 기술자를 투입해 지난 15일부터 시추기 철거를 위한 주변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시와 시의회,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11·15지진지열발전공동연구단 등 포항 각계는 지진 진상 조사를 위한 증거 보전 차원에서 시추기 철거를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시는 2월부터 수차례 산업부와 신한캐피탈 등에 시추기 철거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지난 17일 국무총리 산하 포항지진진상조사위에도 진상조사를 마칠 때까지 시추기 등 시설물 증거자료를 확보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진진상조사위는 최근에야 각 위원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있고 정부나 신한캐피탈 측은 특별한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열발전 연구에 184억5000만원을 투입했으면서도 시추기 매각·철거 과정을 손 놓고 지켜보는 셈이다.

포항 11·15지진 지열발전공동연구단 관계자는 “포항지진특별법에 관련 자료나 물건을 확보하고 인멸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만큼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시추기를 확보해 보관할 의무가 있다”며 “감사원 감사에서 나온 시추기 자금 횡령 의혹, 시추기 매각에 대한 정부 관계자 방조 의혹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