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감상> 사랑을 잃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지. 가출해서 산비탈에 가서 구덩이를 파도 거기에 사랑의 천둥은 발견되지. 누워 곡기를 끊어도 사랑의 되새김질은 하지. 헤어진 사랑은 언제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냉정하지. 취중 진담? 당신 곁에 나라도 없으면 꼭 떠날 사람처럼 말하지. 그래서 너무 놀란 나는 친구라도 되어 주겠다고 말했지. 천둥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하여 건네주었지. 사랑을 잃으면 모든 걸 잃을 것 같지만, 새로운 사랑은 발견되고, 누군가 사랑을 발명해 주지.(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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