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의 어머니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고(故) 최숙현 선수가 핵심 가해 혐의자로 지목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은 ‘일부 혐의’만 인정했다.

추가 피해자들이 ‘가혹행위의 중심’으로 꼽은 장 모 선배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22일 국회에서 열린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두 가해 혐의자의 가혹행위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핸드볼 선수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청문회에서 “고 최숙현 선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김규봉 감독과 장 모 선수의 심각한 새로운 사안들에 대해 규명을 하고자 한다”며 입수한 자료를 공개했다.

임 의원은 지난 3월 19일 최숙현 선수가 쓴 경주시청 자체 조사 진술서, 최근 김규봉 감독과 장 모 선수를 고소한 추가 피해자 2명이 2월 전화로 경주시청 조사에 응한 자료를 먼저 제시했다.

최숙현 선수는 “복숭아 한 개를 먹고 이를 말하지 않았다고 한 시간가량 폭행당했다”, “장 모 선수가 악의적인 소문을 냈다”, “(김도환 선수도)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욕을 했다” 는 등의 피해를 호소했다.

최 선수는 “다음 기회가 있을 때 더 말하겠다”고 했지만, 보호를 받지 못한 채 6월 26일에 세상을 떠났다.

추가 피해자 2명도 이미 2월에 경주시청 자체 조사 때 장 모 선수나, 김도환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장 선수와 팀 닥터로 불린 안주현 운동처방사에게 불분명한 이유로 입금한 일도 폭로했다.

임 의원은 증인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김도환 선수에게 “진술 내용을 보면 장 모 선수가 폭력, 폭언, 왕따, 갑질, 동조 등을 주도했다고 진술한다. 김도환 선수도 이를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김도환 선수는 “보고,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임 의원은 김규봉 감독이 최숙현 선수와 다른 선수를 폭행했다는 증언도 수집해 청문회에서 공개했다.

최 선수가 압존법(높여야 할 대상이지만 듣는 이가 더 높을 때 그 공대를 줄이는 어법)을 쓰지 않았다고 폭행당한 정황도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왼쪽), 고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뒤늦게 인정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의 김도환 선수(뒷줄 가운데) 등 증인들이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증인선서하고 있다. 연합

임 의원은 또, 가해 혐의자인 김도환 선수가 김규봉 감독의 폭행에 시달린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김 선수는 “김규봉 감독은 내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고 말하면서도 “감독에게 폭행당한 적이 있고, 감독이 다른 선수를 폭행하는 장면도 봤다”고 답했다.

김규봉 감독은 목격자들에게 “감독이 때린 걸 본 적이 없다”고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도환 선수는 “내가 직접 (허위 진술서를) 받지는 않았지만, 전화로 그런 말은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임 의원은 “지난 7월 6일 국회에서 김규봉 감독은 ‘폭행한 적이 없고, 안주현의 폭행을 말렸다’라고 증언했지만, 선수들의 증언에 의하면 감독은 무차별적인 직접 폭행뿐만 아니라, 안주현에게 폭행 교사 및 방조 범죄까지 저질렀다”며 “형법 31조에서는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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