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붉은 수돗물’ 홍역을 치른 인천에서 이번에는 벌레 유충이 나왔다. ‘수돗물 포비아(공포증)’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활성탄지(활성탄을 넣어 정수하는 시설)가 설치된 전국 49개 정수장을 전부 조사해 봤더니 인천 뿐 아니라 서울, 대전, 울산 등 전국 7곳에서 깔따구 유충과 등각류(물벌레)가 발견됐다고 한다.

받아놓은 수돗물에서 빨간 벌레 유충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깔따구 유충은 학술적으로 인체 위해성이 보고 된 바 없다”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요즘 전국에서 수돗물의 불순물을 걸러주는 수도꼭지와 샤워 필터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고 생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맘 카페에는 ‘내 새끼는 내가 지킨다’며 샤워 필터는 물론 세면대, 세탁기 물까지 정수가 가능한 필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은 이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에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수장 여과지와 가정에서 발견된 유충을 비교해 봤더니 동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다. 유충이 2m 두께의 여과지를 어떻게 통과했고, 염소소독 등 정제 과정에서 제거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에는 취수원 오염으로 인한 불량 수돗물 논란이 있었다. 지난 1991년의 대구 수돗물 페놀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구미의 두산전자 탱크에 보관하던 페놀 원액 30t이 낙동강에 흘러들어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2018년에도 낙동강에서 취수한 대구 수돗물에서 다량의 발암물질이 검출돼 지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물은 인간 삶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60조 개의 세포는 물로 작동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포 내 건강한 물은 세포의 생리 활성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게 하기 때문에 건강과 직결된다. 2017년 상하수도협회 조사 결과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국민은 7.2%에 불과했다. 대부분 가정이 비싼 정수기를 들여놓고, 시판 생수를 음용수로 사용하는 가정도 많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수돗물 정수 시스템이나 노후 배관문제 등 먹는 물 공급 혁신 대책이 필요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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