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은 국민참여재판 배제 요구
검찰, 왕기춘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
왕기춘은 여전히 무죄 주장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기소 된 왕기춘 전 유도국가대표가 6월 26일 오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미성년자 성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이 국민참여재판과 피해를 주장하는 미성년자 2명을 직접 법정에 출석시켜 신문하겠다고 주장해 재판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22일 오전 대구지법 제12형사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왕기춘의 변호인은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들의 진술에 근거해 검사가 공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진술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면서 “다만 신문 방식과 관련해서는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통한 방식에 동의한다”고 했다.

왕기춘은 2017년 2월 26일께 자신이 운영하는 유도 체육관 제자인 A양(17)을 성폭행하고, 지난해 2월께 또 다른 제자 B양(16)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신의 주거지나 차량 등에서 B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하는 등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왕기춘은 “폭행이나 협박 없이 합의 하에 A양과 성관계를 맺었고, B양과는 연애감정으로 성관계와 스킨십을 가졌을 뿐”이라면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사와 피해자 변호인 측은 “피해자 2명 모두 자필 진술서를 통해 국민참여재판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지역민으로 구성되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 앞에서 피해자들이 진술하면서 생기는 2차 가해가 우려되고, 피해자들이 성적수치심이 유발되는 상황에서도 보호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20일 “범죄 습벽(習癖)이 있는 데다 재범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왕기춘에 대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했으며,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왕기춘의 변호인은 “무죄를 다투고 있으며, 범죄 습벽이 있거나 재범 위험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기각해야 한다”고 했다. 습벽은 오랫동안 자꾸 반복해 몸에 익어버린 행동을 뜻한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종결하기로 했던 재판부는 조만간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한 뒤 한 기일 속행을 열어서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직접 법정에 불러 신문할지도 결정하겠다고 알렸다.

재판부는 지난 10일 진행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배제가 가능하다”면서 “피해자들의 신체적·정신적 변화와 2차 피해 우려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받아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2명을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신문하겠다는 왕기춘 변호인에 대해서는 “비대면이나 영상조사내용 게재 등의 방법도 고려해볼 것”을 당부했다. 다만 “재판절차 전체를 비공개로 진행해달라는 피해자 측 변호인의 요청을 거절하고, 2차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일정에 대해서만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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