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유천의 세상이야기] 23번째 부동산 대책이 천도인가
[유천의 세상이야기] 23번째 부동산 대책이 천도인가
  •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 승인 2020년 07월 23일 16시 09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24일 금요일
  • 1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행정수도 이전론을 지피고 있다. 한 나라의 정책이 이렇게 갈팡질팡할 수가 있나. 일개 가정에서도 가장이 집안 문제에 중심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면 그 가정이 온전하게 지탱할 수가 없다. 문 정부는 지난 10일 서울,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22번째 부동산 종합 대책안을 발표했다.

집값을 잡겠다는 부동산 대책이 집 가진 이에게는 오히려 가렴주구 수준이 되어 버렸다. 부동산 대책에 뿔이 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서울 도심지 집회로 이어지면서 민심 이반 현상까지 보이자 여권에서 느닷없는 천도(遷都)론이 나왔다. 22번째 부동산 대책은 집 가진 사람이나 안 가진 이를 막론하고 국민 모두를 과세 덤터기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집과 관련된 세금은 국민의 체감으로는 거의 테러 수준이다. 세금 징수가 아니라 강탈 수준이라는 것이 대체적 여론이다. 집 가진 것이 죄인이 된듯하고 집 가진 이들이 의도적으로 집값을 올렸다는 듯 세금 보복의 징후까지 보인다. 22차례에 걸친 문 정부의 엇박자 난 부동산 정책으로 이제 집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됐다. 이 때문에 주 타깃이 된 서울, 수도권 지역 집값이 제멋대로 치솟았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근에서 3040세대가 주축이 된 부동산대책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으로 국민들 쪄 죽일 셈인가”, “이러라고 표 준 줄 아나”, “부동산 대책이 세금 뜯기냐” 등 문 정부에 대한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25일 1차 집회장소에서 촛불집회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6·17규제소급적용피해자구제를위한모임’ 관계자는 “우리는 정당이나 정치단체가 아니지만 국민이 무섭다는 걸, 이 나라의 주인은 세금 열심히 내는 국민이란 걸 문 정부에 알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권을 촛불로 끌어내 뒤엎은 문재인 정부가 이제 지지세력인 3040 세대로부터 부동산 실책 등으로 등에 비수를 꽂힐 처지가 됐다. 민심의 변화가 무섭다.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지난주와 같이 44.8%에 머물렀다. 부정평가(52%)가 긍정평가를 역전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계속 유지됐다. 이번 조사에서 부동산 대책에 실망한 3040세대와 여성들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국사태 이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9개월 만에 가장 낮게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은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론’을 띄웠다. 그는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서울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며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했다. 한마디로 ‘수도 이전으로 서울 아파트값을 잡자’는 것이다.

뒤이어 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은 수도권에서 지역 중심으로 국가 발전축을 이동시키는 것이다”고 지지 발언을 했다. 뒤이어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권의 대선 주자들과 당대표 입후보자들도 앞다퉈 ‘수도 이전론’에 맞장구를 쳤다. 부동산 문제 대책으로 청와대와 민주당, 대선주자 등 여권 전체가 쌍수를 들었다. 희한하게 행정수도 이전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됐다.

행정수도 이전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집값 잡자는 식으로 불쑥 화두를 던져 놓는 일회성 정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고 민심 이반의 조짐이 보이자 누군가 ‘위기 돌파용 카드’로 제안한 것을 차기 대선의 충청권 표 등을 고려한 여권 전체가 일거양득의 안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일부 통합당의원들도 표를 의식해 행정수도 이전론에 동조를 하고 나섰다.

행정수도 이전안은 2004년 노무현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제안한 것인데 노 정부가 추진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헌법재판소에서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내려져 사업이 무산 됐다. 당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고 위헌결정을 이끌어 냈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이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을 또 추진한다면 또다시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했다. 그는 “문 정부가 집값을 내리는 수단으로 수도를 옮긴다는 건 소가 웃다 코뚜레가 부러질 일”이라고 혹평했다. 부러진 코뚜레에 소의 코가 찔리면 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