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노당익장(老當益壯)이란 말은 후한서 마원전에 나오는 말이다.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의 명장 마원(馬援)은 어려서부터 큰 뜻을 품고 글을 배우고 예절을 익혔으며 무예에도 정통하여, 그의 맏형 마황(馬況)은 그를 대기만성(大器晩成)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의 형이 젊은 나이로 죽자 마원은 상례(喪禮)를 정중히 모셔 치른 후 예를 다하여 형수를 받들었다.

그 뒤 마원이 부풍군(扶風郡) 독우관(督郵官:감찰관)이란 벼슬에 있을 때 나라의 명을 받들어 많은 죄수들을 압송하게 되었다.

도중에 죄수들이 고통에 못 이겨 애통하게 부르짖는 것을 보고는 동정심이 우러난 나머지 모두 풀어주어 제각기 제 살길을 찾아가도록 하고 자신도 북방으로 달아났다.

마원은 북방으로 가서 소·말·양 따위를 놓아먹이면서 지냈다. 부지런하고 수완이 좋은 그는 수년간 정성껏 가축을 길러 그 규모가 수천 두까지 이르렀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많은 돈을 벌게 되자 가까운 친구나 이웃 사람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었고, 자기는 오히려 떨어진 양가죽 옷을 걸치고 소박한 식사를 하는 등 근검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는 항시 친구에게 말하였다. “대장부라는 자는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大丈夫爲者 窮當益堅 老當益壯(대장부위자 궁당익견 노당익장))” 그리고 또 “가멸차더라도(넉넉하더라도) 사람에게 베풀지 않으면 수전노(守錢奴)일 뿐이다.”라고 말하였다. 노익장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세상이 혼란스럽게 되자, 마원은 평범한 삶을 버리고 농서(西)의 외효 밑으로 들어가 대장이 되었다가 광무제를 만나게 된다. 광무제는 마원을 만나자 예절을 다해 대접하였으며, 각 부서를 데리고 다니며 조언할 말이 있는지 물었다. 마원은 이러한 후한 대접에 감동되어 외효에게 돌아가지 않고 광무제의 휘하(麾下)에 있기로 결심하였다. 광무제는 마원을 복파장군(僕波將軍)에 임명하여 남방의 교지(交趾:베트남 북부)를 평정하였다. 마원의 노익장이 과시되었다.

얼마 후, 동정호(洞庭湖) 일대의 만족(蠻族)이 반란을 일으키자, 광무제가 군대를 파견하였으나 전멸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마원이 자신에게 군대를 달라고 청하며 나섰다. 광무제는 그가 너무 늙었으므로 주저하자 마원이 말하기로 “소신(小臣)의 나이 비록 예순두 살이나 갑옷을 입고 말도 탈 수 있으니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하고는 말에 안장을 채우고 훌쩍 뛰어올랐다.

광무제는 미소를 지으며, “확삭(노인의 기력이 정정하고 몸이 재빠름)하도다, 옹은(확삭재시옹야).”이라며 출정(出征)을 허락하였다.

결국 마원은 군대를 이끌고 정벌 길에 올랐다. 그 후 대장군으로 임명되어 반란을 평정하고 흉노(匈奴) 토벌에 큰 공을 세움으로써 그의 형이 말한 대로 대기만성, 노익장을 과시했다.

‘득롱망촉(得隴望蜀)’이란 끝이 없는 인간의 욕심을 말한다. 광무제는 한나라를 빼앗았던 왕망을 멸하고 후한을 세워 한(漢) 왕조를 재건한 인물이다. 농서의 외효가 죽고 그 아들이 항복하여 농서를 손에 넣은 뒤 다시 촉(蜀)이 탐난다고 한 광무제의 말에서 유래되었다.

농서지방은 백성들이 어려웠으므로 합병한 것이 잘되었지만 촉을 정벌한 것은 백성과 관계없이 순전히 욕심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력이 왕성해져서 건강을 과시하는 것은 좋으나 득롱망촉의 욕심, 노욕(老慾)을 부려서는 안 될 일이다.

노욕은 노망으로 손가락질받게 된다. 과일은 썩어가면서 더 진한 향기를 풍긴다. 향기를 풍기는 노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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