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원태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1861년, 미국에서의 노예제(奴隸制) 존속을 주장한 남부 주(州)들이 연방(聯邦)으로부터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남북전쟁(American Civil War)이 발발하자, 에이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은 ‘젊은 나폴레옹’이라는 별명을 지닌 35세의 조지 맥클레란(George McClellan) 소장을 북부군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맥클레란은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West Point)를 전교 2등으로 졸업하고 유럽의 크림전쟁(Crimean War·1853-1856)을 관전할 기회를 얻을 정도로 머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었으나, 막상 실전에서는 약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군사행동을 개시하는 데에 있어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으며, 무엇보다 적군(敵軍)의 규모를 과대평가하여 전투에 나서기를 주저하기 일쑤였다. 이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전세가 불리해지는 링컨에게 있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1862년 9월의 안티탐(Antietam) 전투에서 퇴각하는 남부군을 추격하기를 맥클레란이 거부함으로 적에게 결정타를 날릴 기회를 상실했다는 보고를 받은 링컨은 맥클레란을 총사령관직에서 해임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맥클레란의 뒤를 잇게 된 율리시스 그랜트(Ulysses S. Grant) 중장은 거리낌 없이 남부 깊숙이 진격하여 적군을 쫓아다니며 맹공격을 퍼부었다. 결국 그랜트의 집요함을 견디다 못한 남부군이 1865년 4월에 항복함으로써 노예제는 폐지되고 연방은 보존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목표 아래 집권 3년 동안 청약제도 개편,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등의 규제 강화, 규제지역 확대, 보유세 강화, 분양권 전매 금지,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도입 등 스무 차례가 넘게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강남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오히려 폭등을 기록하였고, 강남 외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마저 일어나는 등 젊은 사람들의 ‘마이 홈 소유의 꿈’은 멀어져가고만 있다. 어렵게 돈을 모아 내 집 한 채를 마련하는 데에 성공한 은퇴자들은 수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 하나로 하루아침에 죄인이 되어 징벌적 세금 성격의 막대한 종부세를 정부에 진상(進上)해야 한다. 긴 호흡을 가지고 국가의 장기적인 부동산 전략을 수립해야 할 정책결정자들은 오로지 그때그때의 ‘두더지잡기’식 정책땜질을 통한 국민과의 치킨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다. 거래세 완화라는 ‘당근’을 이용하여 국민이 아파트를 팔도록 유도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오장육부를 다 토해낼 때까지 세금을 뜯어내는 ‘채찍’만 휘두를 궁리만 하는 책임자들을 경질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무총리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라는 논리를 펼치면서 이 난국의 총책임자인 국토부장관을 엄호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다름 아닌 정부의 원칙 없는 정책 덕분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는 아파트를 보유하게 된 국민을 ‘전쟁에서의 적군’으로 매도하는 것도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 위해 입을 열 때마다 ‘적군’의 가치(價値)를 더욱 올려주기만 하는 ‘전투사령부’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지난 6개월간 코로나 사태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운, 본인 말대로 ‘마라톤을 뛰는데 10㎞ 구간을 100m 달리기로 전력 질주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과 같은 인물을 ‘전쟁 중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장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맥클레란처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국민이 입는 피해만 키우는 장수와 그의 전략은 링컨이 그랬듯이 전쟁 중이더라도 당장 교체하고 폐기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일 것이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식의 오기(傲氣)로 국민과 대결을 펼치고자 하는 정부의 결말이 좋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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