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40년만의 미사일 주권 확보…'진화하는 한미동맹' 보여줬다
40년만의 미사일 주권 확보…'진화하는 한미동맹' 보여줬다
  • 연합
  • 승인 2020년 07월 29일 17시 1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30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이 한국의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풀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새로운 한미 미사일지침이 28일 발효됐다. 이로써 고체연료를 활용한 민간 분야의 우주발사체 연구·개발·생산·보유의 길이 열렸으며, 군사용 정찰위성 및 탄도미사일 개발도 힘을 받게 됐다.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은 4번째다. 1979년 10월 박정희 정부는 미국에서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사거리 180㎞, 탄두중량 500㎏’으로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율 규제 형식이지만 미국이 하라는 대로 한 것이다. 한국의 미사일주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다가 1990년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본격화하면서 제한을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 1차 개정은 2001년 1월 김대중 정부 시절로 ‘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으로 완화됐고, 2차는 2011년 10월 이명박 정부 때로 사거리를 800㎞로 늘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만인 2017년 11월 3차 개정이 이뤄졌다. 탄두중량 제한을 완전히 없애면서 반비례 관계였던 사거리의 제한도 사실상 없어지게 됐다. 이번 4차 개정을 통해 발사체의 고체연료 총에너지양 한도가 철폐됐다. 우리의 미사일주권 확보에 40년 넘게 걸린 셈이다.

민간 분야의 우주발사체 연구·개발·생산 사업에 하나의 전기가 될 듯 하다. 항공우주학계는 단기적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고체연료 보조추진체 개발 등 다양한 연구·개발이 가능해졌다고 환영하고 있다. 그 파급 효과도 주목거리다. 세계 우주산업은 2040년 1조 달러(약 1천200조 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한다. 중장기적으로 위성 등 탑재체 개발과 생산, 우주데이터 활용, 우주발사체 서비스 등의 시장 창출도 이제는 남의 일만은 아니다. 당장은 군사 분야에 주는 임팩트가 더 크다. 먼저 고체연료 발사체를 활용해 저궤도(500~2천㎞) 군사정찰 위성들을 쏘아 올릴 수 있게 됐다. 액체연료 발사체보다 구조가 간단하고 안정적이며, 비용도 10분의 1 수준이고, 이동·발사도 용이해 군사용으로 더 적합해서다. 다수의 소형 정찰위성을 띄워 놓으면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빈틈없이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일명 ‘언블링킹 아이’(깜빡이지 않는 눈) 체계의 구축이라고 하겠다. 얼마 전 한국군 최초의 군사전용 통신위성인 ‘아나시스 2호’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앞으로 정찰위성들까지 확보한다면, 군사정보력과 함께 한국군의 작전 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자주국방 강화를 목표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도 필수적이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의 길도 열렸다. 이번 개정은 민간용에 관한 것이지만,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은 기술이 동일해 언제든 군사용 전용이 가능해서다. 그동안 한국군은 800㎞ 현무-2C를 포함해 고체연료 사용 탄도미사일들을 개발해왔다. 모두 사거리 800㎞ 이하였다. 지침 개정으로 기술적 측면에선 그 이상의 사거리를 지닌 미사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반도의 규모를 고려하면 지금의 800㎞ 미사일로도 북한 전역이 사거리에 들어온다. 그 이상의 미사일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까지 다다를 수 있다. 북한은 물론, 이들 한반도 주변국의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이들 나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개발 또는 보유 등 이미 상당한 수준에 와 있어, 혹여 우리를 문제 삼는다면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협상을 이끈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말대로 우리의 국내 문제이고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다.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은 미국의 남북관계-비핵화협상 연계,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 등을 놓고 한미 간 다소 불편한 기류가 조성된 와중에 모처럼 나온 희소식이다. 작년 10월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청와대 안보실이 백악관과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해 타결지었다고 한다. ‘진화하는 한미동맹’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연합의 다른기사 보기
연합
연합 kb@kyongbuk.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