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 케인 변호사
하윤 케인 변호사

어느 기업에나 상표 등록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규제가 없다고 해도 브랜드 이름에 법적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다.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브랜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으며 다른 사람이 우리 기업 상표를 침해하거나 상표 가치를 희석해도 법적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상표 침해와 상표 가치 희석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비슷하지만 다른 두 개념의 차이에 대해 살펴본다.

상표권 침해란 누군가가 등록 상표나 서비스마크를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 사이에서 상품이나 서비스의 공급자에 대한 혼란이 야기된 때, 혹은 소비자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경우 발생한다. 미국의 지적재산권법은 허위 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며, 상표권 침해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침해는 개인이나 사업체가 유사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행 또는 우선 상표와 관련된 회사에게 판매할 때 발생한다.

어떤 도시에 새로운 식당이 개업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식당 외부 로고가 몇몇 주에 지점을 두고 있는 체인 레스토랑의 로고와 극히 유사하다. 두 사업체 모두 레스토랑 비즈니스이며 그 둘의 이름이나 로고가 비슷하다면 소비자가 두 회사를 혼동하거나, 두 회사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때 후발 주자인 새 식당은 체인 레스토랑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상표가치 희석은 유명 상표나 서비스마크를 제3자가 불법으로 사용함으로써 그 가치가 약화되거나 희석될 때 발생한다. 상표 침해와는 달리, 희석은 소비자 혼란의 가능성이나 분쟁 당사자들이 경쟁 관계임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상표 희석은 보통 널리 알려진 유명 상표와 관련되어 있다.

넷플릭스는 영화와 드라마 등을 스트리밍하는 온라인 서비스다. 초창기에는 다른 회사의 영화를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소비자에 전달하는 역할만 했지만 이제는 직접 제작하는 영화도 상당히 많다. 넷플릭스의 성공에 힘입어 HBO, 디즈니 등 기존 제작 회사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합류하고 있는 추세다. 이제 넷플릭스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

팝콘 판매 회사가 자사 팝콘 포장지에 ‘넷플릭스’라고 적은 팝콘을 판매한다면, 이는 상표 침해일까? 넷플릭스가 팝콘 회사와 경쟁 관계는 아니니 넷플릭스가 상표권으로 팝콘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큰 회사의 횡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유명 상표이며 소비자는 해당 팝콘이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품목이거나 혹은 넷플릭스의 라이센스를 받은 회사의 제품으로 착각할 수 있다. 만약 팝콘 품질이 좋지 않아 소비자가 불평을 한다면, 넷플릭스의 이미지에도 해가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팝콘 회사는 넷플릭스의 명성을 이용해 넷플릭스의 성공에 편승하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팝콘 회사는 넷플릭스의 상표를 희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명인 이름을 상표로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하려는 유명인은 그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며 그 결과로 특정 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됐다. 유명인의 경우 이름 자체가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으며 따라서 내가 같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상표 가치를 희석하는 행위가 된다. 사람 이름은 상표라고 생각하지 못하여 흔히 범하는 실수다.

타인의 상표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실수로라도 가치를 떨어트리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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