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유천의 세상이야기] 법치 수호의 보루가 무너지고 있다
[유천의 세상이야기] 법치 수호의 보루가 무너지고 있다
  •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 승인 2020년 07월 30일 16시 2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7월 31일 금요일
  • 1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최재형 사법연수원장을 감사원장에 임명하자 여권은 “‘신뢰받는 정부’를 실현해 나갈 적임자”라며 “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최적의 인물”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당시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최 원장을 “사법연수원 시절 몸이 불편한 동료를 2년간 업고 출근한 인간애가 따뜻한 법조인”이라고 미담까지 꺼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던 여권이 최근 최원장의 월성1호기 원전과 관련한 역린(逆鱗)성 발언을 빌미 삼아 무차별 공격에 나섰다.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의원들이 최 감사원장을 상대로 “정치적으로 편향돼 감사원장에 적격한 인사가 아니다”며 최 원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문 대통령의 득표율 등을 거론한 것과 관련, “대선 불복이나 다름없는 반헌법적 발상이다”며 “국정운영에 불평이 있으면 사퇴하라”고 윽박질렀다. “지난 2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 등의 발언을 한 일이 있다는데 사실이냐”며 집중 공격했다. 이 와중에 최원장이 김오수 전 법무부차관을 공석인 감사위원에 임명하려는 청와대의 뜻을 친정부 성향 인사라며 거부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여권에서 탄핵 언급까지 나오는 등 인내의 임계점에 이른 듯한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최원장에 대해 여권의 이 같은 공격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인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다른 결과가 발표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여권의 불만이 표출한 것이다. 최 감사원장을 둘러싼 여권의 비토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이 나라 불법 감시 수장의 대쪽같은 신변에도 변화의 그늘이 어른거린다. ‘제2의 윤석열’ 처지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2019년 7월 25일 신임 검찰총장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화려하게 취임했다. 검찰과 정치권에선 역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검찰총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식장에서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절대적인 신임을 보였다. 그리고 “절대로 권력에 휘둘리지 말아라”고 주문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전고검 검사로 있던 신임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으로 파격 임명 할 때부터 그에게 특별한 대우를 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문재인 정부가 전임 정권들에 대한 적폐 청산에 나서자 윤석열은 2명의 대통령, 1명의 대법원장, 4명의 국정원장, 10명이 넘는 장관급 인사를 구속 시키는 ‘저승사자’역을 과감하게 해냈다.

그러나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에 휘둘리지 말라”고 한 말을 곧이곧대로 실행에 옮기는 우(愚?)를 범한다. 대통령 복심(腹心) 조국을 정조준하고 부인 정경심을 구속 시키는 순간 대역죄인(?)으로 처지가 뒤바뀌는 신세가 됐다. 이 와중에도 윤 총장은 지난해 11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 문재인 정권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 그는 피의자들의 공소장에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를 명시하며 향후 문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까지 비추기도 했다. 여기다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 뇌물사건,‘버닝썬’ 사건의 윤모 총경 등 정권 깊숙이 수사를 하는 뱃심을 보였다.

그러나 4·15총선에서 여권의 압승과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 총장 측근 내치기 인사에다 검찰개혁위원회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권고안까지 겹쳐 이래저래 윤 총장의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 여기다 곧 있을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사장급 인사와 검경 수사권 분리 등과 관련해 사실상 고립무원이 된 윤 총장의 거취 문제까지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검찰 밖에서는 여권에서 윤 총장을 죽이면 죽일수록 살아나는 그의 정치적 잠재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이 나라 법치 수성의 보루인 ‘검찰총장 윤석열’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헌법에 따라 일을 집행한다”는 소신이 정치권의 역풍에 꺾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