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칠구 경북도의원

장마 뒤 맑은 날씨처럼 포항에도 모처럼 희소식이 시민들의 마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바로 막혔던 포항 하늘길이 다시 열리게 된 것이다.

항공사의 경제적 어려움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승객급감 등의 이유로 지난해 2월부터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던 포항공항이 지난 31일부터 재개의 신호탄을 올렸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우울한 지역사회에 새로운 희망적 날갯짓임이 틀림이 없다.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가 포항시와 경주시·경북도와 손을 맞잡고 경북 동해안의 하늘 문을 연 것은 지역사회입장에서 볼 때 매우 고무적이다.

‘길은 미래를 향해 열려있다’란 말처럼 포항공항의 운항은 희망을 잃어버린 지역민들에게 장마철 빛과 같은 소식이다. 지역경제의 관문역할을 하는 하늘길이 다시 열린다는 것은 환동해안 거점도시인 포항의 대동맥이 다시 꿈틀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런 기회의 순간을 어떻게 하면 새로운 지역경제부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역사는 항상 위기의 순간에서 한 차원 성장해왔음을 동서고금을 통해 우린 잘 알고 있다. 지금 포항의 위기는 어쩌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의 고통일 수 있다는 말이다. 현실을 냉정히 되돌아보고, 또다시 백 년의 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가 해야될 시대적 과제임에 틀림 없다.

우리의 현실을 보자. 당장 포항이 겪고 있는 첫째 아픔은 아직 가시지 않은 지진의 고통이다. 진앙지 최중심 흥해는 물론 사실상 포항전역이 지진피해를 입은 상황이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입법 예고한 포항지진특별법과 관련 ‘재산피해 금액의 70%’ 지원이라는 일부 시행령에 대해 지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마음의 상처는 차치하고서라도 물리적 피해에 대해서는 100% 보상이 선결돼야 함은 당연하다.

또 하나 지역 차원의 심각한 문제는 바로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의 침체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생계난이다. 상공업계에 따르면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05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약 41%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철강경기침체로 발생한 포스코의 경영이익 감소현상은 관련 연관기업에서는 공장 휴·폐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표출되고 있다. 현재 포항철강산업단지 입주업체는 약 350개사. 이 가운데 10% 정도에 이르는 기업이 최근 몇 년 사이 휴업했거나 폐업한 상태라고 한다. 경기 한파가 호전될 기미 없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을지 암담한 현실 앞에 우린 서 있다. 지역철강업체들의 경영난 여파는 인구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가뜩이나 농어촌기반도시의 시대적 추세인 저출산·고령화의 현실 위에서 일자리를 찾아 포항을 떠나는 이탈자들까지 늘면서 51만 인구선을 유지하기가 점차 힘들어질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반세기 동안 번창했던 포항을 대변했던 구도심지역의 경우 경제난과 실업난, 코로나19 여파로 도심공동화현상이 발생한 지 오래다. 빈 점포가 늘고, 한 집 건너 ‘임대’ 딱지가 붙어있다.

포항시가 도심재생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지역경제를 견인할 철강산업의 활황이나 첨단신산업 등 ‘포스트 포스코(Post-Posco)’ 대체산업이 맥을 잇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포항의 내일은 요원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우려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이 환동해권 중추도시로 거듭나고 인근 경주와 영덕, 울진, 울릉과 상생협력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은 무엇일까.

필자는 바로 ‘길’에 그 정답이 있다고 확신한다. 물리적으로는 포항공항과 KTX 포항역, 영일만항 등이 거점발전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거점인프라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도 경북동해안 5개 시군이 공유경제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다시 날개를 펴는 포항공항의 성공 여부도 바로 지역 인접 시군간 공유경제체제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경북동해안지역에서는 행정중심의 ‘경북동해안 5개시군협의회’가 결성돼 정기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신동해안시대’를 열어가기에는 관행적이고 형식적 유기체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제 그야말로 행정을 뛰어넘는 실생활 차원의 유기적 복합경영네트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육로와 항공, 해상교통망을 바탕으로 교육과 문화, 의료, 상업 등 다방면에서 경북동해안 5개 시군이 상생협력 할 수 있는 ‘초광역경제권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그 선구적 역할에 바로 포항이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길은 의지의 표출이다. 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길은 열리게 돼 있는 것이다. 51만 시민 모두가 새로운 포항의 역사를 다시 세운다는 마음으로 함께 협력하면 ‘신동해안시대’의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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