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요즘 치안을 연구하는 학자들에서는 자치경찰제도가 화두이다. 7월 3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발표한 자치경찰제 시행안은 코로나19로 인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새로운 자치경찰 조직을 만드는 대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사실상 함께 근무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번에 당정청이 발표한 자치경찰 시행방안에서는 별도의 자치경찰 조직이 신설되는 이전의 이원화 모델과는 달리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조직을 일원화해 구성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기존 경찰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할해서 지휘·감독만 달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조직 신설에 따른 추가 비용을 아끼고, 국가·자치경찰 이원화에 따른 업무혼란을 줄이기 위함으로 보인다.

향후 국가수사본부가 설치되면 경찰은 현재처럼 지방경찰청(전국 18개)이나 경찰서(전국 255개)에서 일하며 국가경찰, 자치경찰, 수사경찰 사무 등 3개 분야의 업무를 맡게 된다. 국가경찰 사무는 경찰청장의 지휘·감독을 받고, 자치경찰 사무는 시·도지사 소속의 독립된 행정기관인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수사경찰 사무는 신설될 예정인 국가수사본부장이 지휘·감독하게 된다. 하지만 국가·자치경찰 조직을 일원화한 데다 경찰청장이 국가수사본부장에 구체적이지 않은 일반적인 수사지휘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자치경찰 제도의 의미는 퇴색된다. 업무별로 살펴보면 정보·보안·외사·경비 등은 국가경찰이 담당하고, 지역적인 성격이 강한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문제 등은 자치경찰이 담당하고, 수사는 수사경찰의 업무 영역에 속한다.

이번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도의 핵심은 기존 조직 체계를 유지하면서 업무의 지휘·감독권을 세 곳으로 분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발표한 방안은 ‘경찰청-지방경찰청-경찰서-지구대’로 이어지는 조직 체계를 큰 틀에서 유지하는 대신 지휘·감독 주체만 나눴다. 별도 조직이 신설되지 않기 때문에 자치경찰이 지방직으로 전환되지 않고, 국가직 공무원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칫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의 외곽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제복색깔만 다른 무늬만 자치경찰이 될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경찰 내부의 지휘·감독 체계는 현재와 달라지지만, 경찰의 치안서비스를 받는 국민 입장에서는 치안서비스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자치경찰제도는 지역치안에 있어 국가경찰보다 높은 책임감을 갖는다. 또한, 지역주민에게 친절하고 우호적이다. 지역주민들은 이런 자치경찰에 대해 보다 높은 지지와 애정, 협력을 보낼 수 있다. 아울러, 자치경찰은 지역의 특수성과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성을 기본으로 조직에 적합한 안전혁신 프로그램을 전개할 수 있다. 특히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선의의 경쟁으로 해당 지역주민에게 질 높은 치안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자치경찰제도가 갖는 최대 장점이다. 그동안 이미 실시해 온 제주 자치경찰은 ‘경찰이 아니라 청원경찰이다’, ‘무늬만 자치경찰이다’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와 관련된 논문들도 많이 발표되었다. 시대적, 제도적 당위성이나 검경수사권 조정 후속방안 마련 등의 이유로 너무 시간에 쫓기어 설계되면 안 된다.

자치경찰 제도가 좋은 제도임에는 틀림없으나 국민안전에 있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전 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치안 시스템이 좋은 국가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이다. 자치경찰제가 조금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 진정으로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낼 수 있는 대한민국 경찰 시스템 모형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실정에 적합한 최적의 모델을 마련해 치안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지방분권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자치경찰제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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