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자연풍경·사람들 이야기 고스란히 담겨

하재영 시집 ‘낯선 여행지의 몸무게’.

포항제철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하재영 시인은 시의 호수에 배를 띄워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끊임없이 항해하고 있는 시인이다. 그는 큰 문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화두로 시와 면벽 수행하듯 늘 시를 끌어안고 있는 시인으로 많은 체험과 시적 영감, 기교를 활용해 시를 쓰고 있다.

등단 30년 만에 세 번째로 펴내는 ‘낯선 여행지의 몸무게’(푸른사상)는 우선 그의 시적 상상력과 창작 과정을 눈여겨 볼만하다.

남아메리카 ‘페루(17편)’, ‘볼리비아(16편)’, ‘칠레(18편)’, ‘아르헨티나(20편)’, ‘브라질(15편)’를 여행하면서 쓴 기행시로 여행지의 수려한 자연 풍경과 사람들 삶의 이야기가 시에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상상력을 갖게 하는 3000m 이상의 고산지역 페루 쿠스코, 마추픽추와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체험한 것을 포함해, 칠레 산티아고의 네루다 생가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브라질 리우는 그의 시를 읽는 독자들을 남미 현장으로 안내한다.

시인은 시집 ‘시인의 말’에서 “시는/송이송이 함박눈처럼 소담하게/별 쏟아지는 화안함으로//그것들 한아름 품에 두었기에 행복한 여행”이었다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가/내게로 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란 ‘시’처럼 티티카카 호수, 우유니 사막, 페리토 모레노 빙하, 엘 아테네오 서점과 남미의 다양한 문화(탱고, 가우초, 엠파나다) 등이 내내 시로 찾아왔다고 한다.

남미 곳곳 낯선 여행지의 멋진 풍경 사진(35컷)도 곁들여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낯선 여행지의 몸무게’는 분명 우리나라 시단에서 기행시의 한 폭을 확장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곽재구 시인은 추천의 말에서 “하재영 시집 ‘낯선 여행지의 몸무게’를 읽어가는 동안 인간의 꿈과 살아가는 냄새를 촉촉이 느낄 수 있었다. 별을 보며 터벅터벅 걷는 시간 속에서 시 한 줄을 쓰고, 낡은 게스트하우스의 나무 침대에 엎드려 또 한 줄을 쓰고, 낯선 도시로 가는 밤 열차 안에서 또 한 줄을 쓰고, 그렇게 한 줄 한 줄 써가는 과정 속에 세계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꿈이 소롯이 만나는 것이다. 여행 속에서 시가 태어나고 시 속에서 인간의 꿈이 빚어지는 과정을 하재영의 시가 따뜻이 보여준다. 길과 여행, 여행과 시. 인간에게 이보다 우아한 종교는 없을 것이다”고 평했다.
 

하재영 시인

하재영(河在英) 시인은 1957년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 태어났다. 청소년 시절에는 헌책방 주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든 책방 찾는 것이 즐거움이다. 1988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1989년 ‘아동문예’ 작품상에 동시,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1992년 계몽사아동문학상에 장편소년소설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년소설 ‘할아버지의 비밀’, 동화집 ‘안경 낀 향나무’, 시집으로 ‘별빛의 길을 닦는 나무들’,‘바다는 넓은 귀를 가졌다’가 있다. 포항문예아카데미 원장, ‘포항문학’ 발행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문학운동을 펼치기 위한 헌책방을 청주시 강내면 월곡리에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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