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두리에서 빛이 나는 사람
꽃에서도 테두리를 보고
달에서도 테두리를 보는 사람

자신의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모든 테두리는 슬프겠지

슬퍼하는 상처가 있어야
위로의 노래도 사람에게로 내려올
통로를 알겠지

물건을 사러 잠시 집 밖으로 나왔다가
바람에 펄럭이는 커튼 사이로
안고 있던 여인의 테두리를 보는 것
걸음을 멈추고 흔적을 훔쳐보듯 바라볼 때
여인의 숨내도 함께 흩어져간다

오늘과 같은 밤에는
황금빛 줄무늬를 가진
내 짐승들이 / 고독을 앓겠지


<감상> 테두리부터 빛이 빠져 나가고 먼저 어둠이 찾아오지. 꽃에 테두리가 무너지면 시들어 떨어지고, 달에 테두리가 없으면 달빛이 흘러내려 제대로 비출 수가 없지. 늘 테두리에서 맴도는 사람은 많은 슬픔을 갖고 있지. 무늬를 지을 수 없는 얼룩말처럼 무리로 합쳐지면 테두리가 거대해 보이기도 하지. 그래서 슬픔의 통로를 찾기가 어려울 때가 많지. 그 통로를 찾기만 하면 왜곡된 감각은 사라지고 소통의 길은 열리겠지. 테두리가 사라지면 영영 그 길과 숨내마저 찾지 못하겠지. 오늘도 내 맘 속에는 테두리를 긋고 고독에 빠져드는 단 한 사람!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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