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는 날이 없다. 일명 ‘검언유착’과 관련된 사건에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여 서울중앙지검이 단독으로 수사하도록 했다. 국회 대정부질문과 법사위원회에서 국회의원과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국회의원에게 호통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타인과 대화에서 간접적으로 자신을 비판한 부하 직원에 대해 감찰을 예고했다. 추 장관은 자신의 행동을 ‘검찰개혁’의 물결로 예단한다. 자신을 공격하는 모든 사람을 개혁에 대한 조직적 저항과 공격으로 간주한다. 과연 그러할까?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복기해 보면, 추 장관에게서 정치 물이 덜 빠진 듯하다. 민주당 대표와 5선의 국회의원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회의원으로서 장관이 되면 장관으로서의 직무가 우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먼저, 장관의 권한을 정치적으로 행사한다. 이철 VIK 대표 측은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과장과 체널A 이동재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려 한다”라고 하면서 MBC에 관련 녹취록을 제공했다. 추미애 장관은 이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단정하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여 중앙지검의 단독 수사를 지시했다. 한동훈 검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이유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인권유린 같은 보편적 사건에만 사용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구체적으로 사건에 개입하여 윤 총장의 손발을 묶어 버렸다. ‘검찰권 축소’라는 현 정부와 여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의 저항을 원천봉쇄하려는 조치였다. 터 큰 불행은 정권이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젖혔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국민을 대하는 불손한 태도이다. 7월 21일 추미애 장관은 국회의장이 자신에 대한 탄핵접수를 선언하자 환하게 웃었다. 7월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독립수사본수 설치 건의를 거부하는 법무부의 의견서가 사전에 유출되었다”는 김태흠 의원의 질의에 추 장관은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모욕과 망신은 삼가라”고 하면서 호통을 쳤다. 7월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추 장관 아들의 ‘휴가 후 미복귀’ 문제를 거론한 윤한홍 의원에게 “소설 쓰시네”라고 하면서 빈정댔다. 탄핵이 우습다는 의미는 탄핵을 제기한 국회의원을 선택한 국민은 국민이 아니라는 의미다. 국회의원에게 호통을 치고 빈정대는 행위는 국민을 그만큼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당 소속을 떠나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장관으로서 위치를 망각한다. 2월 13일 공개된 한동훈 검사와 체널A 이동재 기자의 녹취록에, 한 검사가 추미애 장관을 두고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뽀샵질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는 추 장관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시작으로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을 비판하면서 나왔다. 7월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범계 의원의 관련 질의에 “저도 자괴감을 느꼈다. 해당 검사장은 수사가 끝나면 감찰하겠다”고 답변했다. 상급자를 욕하거나 비난하는 상황은 일반적이다. 스트레스 해소나 정책에 대한 비판 차원이다. 상급자가 욕을 전해 들었으면 자신의 처신이나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간접적 상황을 두고 감찰하겠다는 것은 이미 상급자로서 자격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힘빼기‘에 몰두해 있다. 필요하다고 해도 법적 테두리와 관례를 잘 살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국회의원 이외는 국민의 대표자 취급도 하지 않는다.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같은 국회의 권한을 대할 때 여야 국회의원 모두 국민의 대표자로 대우해야 한다. 자신과 가족에 대한 비판을 참지 못하다. 추 장관은 마음속으로 혹은 타인과의 대화에서 상급자를 욕한 적이 없을까? 비난과 비판을 효율성으로 승화시키는 지혜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장관은 행정 각 부를 통할하지만,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비서이다. 그런데도 추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질책이 없다. 소속 정당과 지지자들의 함성을 볼 때,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고 의심받을 수준이다. 민주주의는 목적이 아니라,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정치제도라는 점이 무시당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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