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압·북쪽 찬공기 영향…제4호 태풍 '하구핏' 또 다른 변수
기상청 "'장마 전선 정체' 중부 지방에 더 많은 비 내릴 것"

중부에는 물벼락이 쏟아지고 남부에는 폭염이 이어지는 ‘기상 양극화’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팽창한 북쪽의 찬 공기가 고온다습한 기압과 팽팽하게 맞서면서 장마전선이 꼼짝 못하고 한반도 상공에 자리를 잡은 탓이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지방은 황해도와 중부지방 사이를 오르내리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 반면,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기상 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경북·대구에는 경북북부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지난달 30일부터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

또 지난 1일 구미·경산 등 일부 내륙을 시작으로 3일 오전 11시 기준 7곳이 폭염 경보로 변경됐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 경보는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3일 경북과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은 대구·포항 33℃, 영천 32.3℃, 경주 32.2℃ 등을 기록하며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같은 날 아침 최저기온은 포항 26.6℃, 대구 25.7℃, 울릉 25.4℃ 등 10곳에서 아침 최저기온이 25℃ 이상에 머물며 열대야 현상을 보였다.

특히 포항의 경우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수도권과 강원·충청 등 중부권과 문경·영주 등 경북북부지역에는 호우 특보가 내려져 있다.

1일 오후 6시부터 3일 오전 8시까지 주요 지점 강수량은 안성시 일죽면 314.5㎜, 연천군 신서면 311.5㎜, 여주시 대신면 303.5㎜, 수원 161.7㎜, 서울 78.5㎜, 강원 철원군 동송읍 295.5㎜, 화천군 상서면 238.0㎜, 영월 215.9㎜, 충북 단양군 영춘면 294.0㎜, 제천 271.3㎜, 봉화 166.4㎜ 등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이렇듯 한반도 내에서 극심한 기상 양극화가 펼쳐지는 이유는 찬 공기와 더운 고기압이 장마 전선을 팽팽하게 밀고 당기는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통상 8월로 접어들면서 장마가 끝난 뒤 남쪽에서 올라오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었어야 할 한반도에 아직 북쪽의 선선한 공기도 함께 머물고 있다.

이들 공기 덩어리가 부딪치면서 경계에 낀 중부에는 장마 전선이 정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에 든 남부에는 본격적인 여름더위가 시작됐다.

대기가 불안정한 가운데 수증기까지 공급되면서 중부 지방의 비는 거세졌고, 남부에서는 끈적하고 숨 막히는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극과 시베리아가 올여름 고온 현상을 보이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야 할 찬 공기가 남쪽으로 팽창했고 이례적인 기상 현상으로 이어졌다”며 “시냇물처럼 흐르는 찬 공기가 극지방의 고온 현상이라는 바위를 만나 방향을 튼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상하는 제4호 태풍 ‘하구핏’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중국 내륙으로 향하면서 세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나, 한반도에 많은 수증기를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체 전선이 머무는 중부 지방에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