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옥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언택트의 시대다.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컨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이 결합된 신조어다.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비대면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대구조 변화에 따른 태도변화가 주요 원인이다. 그보다 더 강력한 원인으로는 코로나19가 지목된다. 지난 2월에 출현한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번졌고 팬데믹(pandemic)을 경험한 우리는 현재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감염병이 대유행한 이후부터 삶의 지형도는 변하고 있다. 개인의 이동정보를 기반으로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고 자가 격리,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발열체크, 생활방역 등, 누구나 준수해야 할 삶의 수칙 같은 것이 새롭게 생겨났다. 거리두기로 인해 인간관계의 친밀감은 느슨해지고 다수가 모이는 행사는 미루거나 취소하는 것이 다반사다.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도는 코로나19는 스트레스와 불편·불안을 초래한다. 당면한 과제는 불안과 공포에 위축되기보다 침착하게 대책을 세우거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일 것이다. 주어진 삶을 의미 있게 살아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경험한 코로나19를 조형예술로 풀어내기 위해서다. 역사적으로 삶의 큰 소용돌이를 겪지 않고 비교적 순탄한 삶의 행로를 걸어온 30대 젊은 작가들에게 코로나19는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공통으로 느꼈던 불안과 공포, 불편을 이들 참여 작가들도 오롯이 경험한 것이다. 코로나19는 메시지도 남긴다. 경각심에 더한 교훈 같은 것이다. 작가들은 일련의 과정과 상황들을 각자의 시각으로 풀어내 ‘코로나 이후-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전(8월 5일~14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전관)에서 공유하려고 한다. 현재 한국과 외국에 거처를 둔 이들 참여 작가들의 발길을 코로나19가 잡았고 뭉치게 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세대는 남은 미래가 비교적 많은 청년세대가 아닐까 한다. 변화를 도모하려는 청년작가들의 모습이야말로 코로나 이후의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현상 중 하나이다. 현실변화에 민감한 청년작가들은 냉철하고 신선한 시각으로 작업의 변모를 꾀한다. 침체된 미술계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청년작가들에게는 도약의 장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 이번 기획의 취지 중 하나이다. 참여 작가 박준성, 백승훈, 변카카, 우미란(가나다 순)은 30대 초반이며 이구동성으로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진지하게 숨 고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이들은 인생의 궤도를 전력질주 할 시기라는 점 외에도 녹록지 않은 환경에도 창작에 몰두하는 젊은 작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는 윤동주의 시 ‘바람이 불어’에서 차용했다. 시인 윤동주는 바람을 성찰의 매개체로 삼았다. 바람이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듯이 코로나19도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가 담긴 이번 전시에는 속도만 내던 삶을 잠시 멈추고 진지하게 주변을 돌아보자는 의미가 추가된다. 반성의 의미도 짙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시련과 아픔, 불안과 불편 속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교훈이 있다고 하는 작가들이 예술작품으로 이 시대를 진단한다.

작품에만 그치지 않고 작업과정을 담은 아카이브를 동시에 전시함으로써 ‘코로나 이후-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전은 단순한 현실묘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현실을 토대로 한 사실적인 작업이지만 신사실주의(新寫實主義)를 연상하게 되는 이유이다. 작품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점검도 기대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